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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터널 아래 구름바다 황홀경... '겨울왕국' 노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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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꽃놀이, 여름 피서, 가을 단풍에 이어 겨울에는 눈꽃 여행이 인기를 끈다. 기본적으로 눈꽃을 볼 수 있는 무주 덕유산 향적봉은 곤돌라로, 태백 함백산은 차량으로 고지대까지 오를 수 있어서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고 붐빈다. 숙연해질 만큼 황홀한 풍광에 한적한 곳을 꼽으라면 지리산국립공원 노고단이다. 가을 단풍철에는 주말마다 탐방 예약이 매진되지만 겨울엔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다 이유가 있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시외버스로 구례터미널로 이동한 후 월계·중동·남원행 농어촌버스로 환승해 지리산온천 정류소에 내렸다. 숙소로 정한 ‘노고단게스트하우스 & 호텔’로 가기 위해서다. 2인실, 4인실과 홀로 여행하는 이들을 위한 도미토리(2만5,000원부터)를 갖춘 '지리산 베이스캠프'다. 주인장인 정영혁 대표는 날씨 산행 교통 등 지리산에 관한 한 척척박사로, ‘여행은 사람이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겨울철 도로 통제와 관계없이 노고단까지 오를 수 있는 당동등산로와 가깝다는 것도 장점이다. 게스트하우스 식당 ‘부엔까미노’의 지리산흑돼지바비큐(1만6,000원, 예약제로 운영)는 저녁식사로 그만이다.
노고단 탐방은 성삼재에서 시작된다. 봄부터 가을까지 승용차, 농어촌버스, 시외버스로 갈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겨울은 다르다. 구례군청 건설과에서 날씨 및 현장 상황에 따라 노고단 일주도로(군도 12호선)를 단계별로 통제한다. 노선버스는 다니지 않고, 승용차로 가더라도 운 좋게 통행이 해제돼야 3단계 시암재휴게소나 4단계 성삼재까지 갈 수 있다.
도로 통제 여부와 관계없이 노고단을 오르는 방법도 있다.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왕복하는 15㎞ 코스가 대표적이지만 거리가 길고 힘들다. 당동마을에서 성삼재를 거쳐 노고단까지 가는 왕복 12.6km 코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화엄사 코스에 비하면 전체 거리와 오르막 구간이 짧은 중급 수준이라 도전할 만하다.
당동마을에서 오솔길을 따라 1.1km를 걸은 뒤, 1.4km 구간은 급경사 오르막이므로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 느릿느릿 걷다가 당동안전쉼터에서 한 번 쉬고 다시 천천히 오르면 당동고개에 닿는다. 짧고 굵게 힘든 구간을 통과해 만복대탐방로 출입구를 지나면 성삼재에 이른다.
당동등산로는 동절기 새벽 4시부터 산행이 가능하며, 성삼재까지 2~3시간가량 걸린다. 2월 14까지 개방하고, 15일부터 4월 30일까지 산불조심기간에는 탐방로가 폐쇄된다. 이때부터는 화엄사 코스를 이용해야 한다. 겨울 야간 산행에서는 헤드랜턴, 등산스틱, 아이젠, 스패츠, 핫팩 등 방한 용품이 필수다.
성삼재(1,090m) 주변 지명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삼한시대에 진한 대군에 쫓기던 마한의 왕이 지리산으로 들어와 심원계곡에 왕궁을 세웠는데, 피란 생활이 길어져 임시 도성이 있었던 곳을 달궁이라 했다. 궁을 지키고자 북쪽 능선에 여덟 명의 장군을 배치해 팔랑재, 서쪽 능선은 정장군이 막고 있어 정령재, 동쪽은 황장군이 맡아서 황령재로 불린다. 남쪽은 가장 중요한 곳이라 성이 다른 세 명의 장군을 배치해 성삼재라 했다는 얘기다.
이제 설화는 퇴색되고 성삼재는 노고단 등산객을 위한 성지가 됐다. 실내에서 추위를 피하며 휴식을 취하고 체력을 보충하고, 화장실도 미리 들른다. 이마트24 무인편의점에서 음료와 간식을 구입하거나, 갑작스럽게 눈이나 비가 내릴 경우에 대비해 우비 등 필요한 물품을 추가로 준비할 수 있다. 특히 뜨거운 물을 부어 즉석에서 먹는 컵라면이 인기다. 시린 겨울, 고지대에서 먹는 라면 맛은 상상 이상이다. ‘지리산성삼재’ ‘반달이’ 포토존에서 사진을 남기고 산행을 이어간다.
성삼재탐방지원센터에서 노고단으로 가는 길은 당동등산로와 달리 넓고 경사가 완만하다. 2.1㎞를 걸으면 노고단대피소가 나오는데, 이곳에서도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휴식할 수 있다. 대피소에서 왼쪽의 400m 지름길을 따라가면 나뭇가지마다 만발한 눈꽃이 그동안의 고생을 잊게 한다.
마지막 관문 노고단고개는 천왕봉까지 가는 지리산 종주 길목이다. 노고단탐방지원센터를 통과해 500m만 이동하면 오늘의 최종 목적지 노고단이다. 겨울옷을 입은 풍광이 가히 환상적이다. 해발 1,000m 이상에서 자라는 구상나무 설경은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선 듯하다. 탁 트인 전망대를 지나면 마침내 노고단(1,507m)이다.
노고단의 ‘노(老)’는 존칭이며, ‘고(姑)’는 마고를 의미한다고 한다. 말뜻 그대로 노고단은 ‘마고할미를 위한 제사 터’다. 제사를 올리는 돌탑과 주변이 온통 눈꽃 세상으로 변했다. 나뭇가지에 핀 눈꽃이 탐스럽고 멋스럽다. 반야봉 삼도봉 천왕봉 촛대봉 등 지리산 능선은 설국을 이루었고, 산중턱과 계곡은 운해에 덮여 그윽하고 신비롭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에 오를 때의 힘든 과정은 벌써 잊었다. 칼바람과 맹추위를 극복하고 남을 만큼 황홀한 겨울왕국이다.
노고단 탐방 시간은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reservation.knps.or.kr)에서 예약하거나 노고단탐방지원센터 키오스크에서 탐방권을 발급받아 QR코드를 접촉한 후 입장하면 된다. 당동마을로 돌아오려면 오후 1시 전 만복대탐방로 출입구를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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