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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체육회장 “파리올림픽 20위 밀릴 수도...현장과 동떨어진 시스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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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최고 스포츠 축제 2024 파리 하계올림픽이 6개월도 채 안 남았다. 올여름 국가대표 선수들이 파리에서 전할 뜨거운 열정과 감동에 온 국민은 설렐 준비를 하고 있지만 한국 체육의 수장은 마음이 편치 않다. 엘리트 체육 저변 약화로 인해 세계 ‘톱10’ 강국에서 어느덧 20위권까지 밀려날 위기에 처해서다.
이기흥(68) 대한체육회장은 2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회관 체육회장실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파리올림픽 금메달은 잘해야 5개, 6개 딸 것”이라며 “순위도 이제 20위로 밀려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들은 메달을 바라보고 4년간 땀방울을 흘린다. 이 회장은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선수들은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게 최고의 영예”라며 “물론 체육회도 올림픽 대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선수단 경기력 극대화와 성적 반등을 이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체육회는 현재 파리올림픽에 대비해 양궁, 배드민턴, 펜싱, 수영, 탁구 등 메달 가능성이 높은 8개 종목 20명을 특별 관리 선수로 선정해 집중 지원하고 있다. 이 회장은 “상대 선수가 누가 될 것인지 면밀하게 분석하고 맞춤형 훈련을 하고 있다”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배드민턴 안세영이 보여줬던 불굴의 정신들이 파리올림픽 때 또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본과 벌어진 격차에 대해선 “아직 근접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아시안게임은 일본의 에이스들이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기 위해 불참했기 때문에 좁혀졌다고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역대 최다인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했으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금메달 9개·종합 8위)을 마지막으로 쇠락기에 접어들었다. 2020 도쿄올림픽 당시엔 금메달 6개·은메달 4개·동메달 10개로 근래 들어 최저인 종합 16위로 처졌다. 올해 파리올림픽은 출전권조차 따내지 못한 종목이 많아 48년 만에 최소 규모의 선수단이 꾸려질 전망이다.
이 회장은 “현장과 동떨어진 정부의 체육 시스템 때문에 엘리트 스포츠가 다 붕괴됐다”며 “기반이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는 데 굉장히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체육 정책에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학생 선수의 최저학력제 도입과 수업일수 확대 등으로 학교 체육도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음악이나 미술을 하는 학생들은 최저학력제를 적용받지 않는데, 운동선수들은 전문성을 키워주기는커녕 대회도 못 나가게 한다”며 “그 자체가 인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 학교 체육 등 전반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 타워 국가스포츠위원회를 설립하기 위해 체육계와 힘을 모으고 있다. 체육계가 희망하는 국가스포츠위원회는 현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처럼 독립성을 갖춘 정부 조직 내 합의제 기구로 체육 정책 전반을 총괄한다. 현재 국무총리 소속의 민관합동기구 스포츠정책위원회(정책위)가 출범했지만 체육회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정책위 민간위원 6명에 체육계가 추천한 후보를 문화체육관광부가 한 명도 위촉하지 않아서다.
이 회장은 “전 정부의 스포츠혁신위원회 등 새 정부마다 위원회가 세 차례 만들어졌는데, 지금 결국 뭐가 달라졌나”라고 반문하며 “현재 체육 업무가 12개 부처에 나눠져 있고 관료들이 서로 이익을 챙기려고 하는 바람에 협업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실무진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를 해야 유아부터 청소년, 여성, 직장인, 실버 체육의 벽을 허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 회장은 “더 이상 관료적 사고로는 안 된다. 이제 개혁을 할 때가 됐다”며 “스포츠 행정의 총괄 컨트롤 타워가 생기면 중복 투자를 막아 예산도 효율적으로 집행될 것”이라고 했다. 체육회는 2월 15일 대의원 총회를 열고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 법안을 요청하기 위해 3월 20일 국회 앞 광장에 체육인 5만 명이 집결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저출생과 운동 기피로 한국 체육의 씨가 마르고 있는 상황에서 저변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체육의 생활화를 꼽았다. 그는 “스포츠라고 하면 선수로만 인식하는 게 잘못됐다”며 “일반 학생들도 학교에서, 커뮤니티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해야 된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땀 흘리고, 소통하고, 즐겁게 운동하는 게 몸에 밸 수 있도록 한 다음 그중 소양 있는 친구가 전문 선수로 가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학교 운동장 개방을 꼽았다. 이 회장은 “운동을 하려면 접근성이 우선 좋아야 하는데, 지금 국민들이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이 턱 없이 부족하다. 강남에 사는 사람이 하남까지 가서 운동을 해야 된다면 안 한다”며 “시내 복판에 학교가 얼마나 많나. 하지만 교도소처럼 문을 꽉 잠그고 있다. 학교 문만 활짝 열면 그 지역의 커뮤니티 공간이 되고,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대한민국을 견인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 개방 문제도 결국 교육부와 전혀 협업이 안 되는 부분”이라며 “비용 부담, 시설 관리, 사고 책임 소지 때문에 문을 못 연다. 이것도 국가스포츠위원회가 출범하면 지역체육회의 인력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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