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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범죄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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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은 1968년 4월 11일 민권법에 인종차별 등에 대한 증오범죄 규제를 담았다. 린든 B 존슨 대통령 시절이다. 1861년 남북전쟁과 노예제 폐지 이후에도 흑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끊이지 않았던 다인종 국가의 내부 모순을 감안할 때 늦어도 한참 늦은 법 제정이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로 유명한 인종차별 폐지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인종 분리주의 대선 후보에게 경도된 백인우월주의자의 흉탄에 목숨을 잃은 지 열흘 뒤다. 인종차별 문제가 가히 내란 지경에 이르자 미국 정치권도 그제야 위기감에 반응을 한 것이다.
□ 당시 증오범죄 규제는 인종과 피부색, 종교, 출신국가를 이유로 한 의도적인 가해나 무력사용, 위협에 대한 연방정부의 기소 권한을 담았다. 그 후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 장애 등을 이유로 한 위협과 폭력에 대해서도 증오범죄로 규정했다. 특정집단에 따른 편견이 동기로 작용하는 터라 편견범죄로 불리기도 한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신장과 맞물려 서구에서 증오범죄 범위 확대는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 공적인 노출이 잦을 수밖에 없는 정치인에 대한 폭력과 위협 행위는 증오범죄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목을 찌른 흉기 습격이나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돌 폭행은 정치 양극화와 선동에 휘둘린 청맹과니 편견이 폭력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7차례나 돌을 내리쳤다는 15세 어린 중학생의 폭력성은 정신적 불안정이나 분별없는 치기라는 말로는 설명이 어렵다. 이해하기 어려운 증오심의 발현이다.
□ 이념적 대립에 테러와 암살이 난무했던 해방 정국도 아닌 민주주의가 확립된 지금 정치테러가 자행되는 건 사회적 위기 신호다. 오랜 역사를 통해 이념적, 정치적 편견과 이에 수반된 증오는 인종과 종교 대립 이상으로 극단적이고 집단적인 폭력성을 잠재하고 있다. 다문화와 젠더 등 편견과 대립이 다층적인 사회 현실에서 폭력이 수반되는 데 대한 용납 불가의 메시지가 절실해 보인다. 물론 서구의 예를 보더라도 증오범죄가 근절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역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겠다. 증오범죄에 대한 법 제정을 서두르는 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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