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남부 주민들에 또 대피 명령... "더 갈 곳도 없다"

입력
2024.01.2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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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유니스 포위 시가전 격화하는 듯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 머물던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에 따라 26일 이집트 접경 지역인 라파를 향해 걷고 있다. 가자=EPA 연합뉴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 머물던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에 따라 26일 이집트 접경 지역인 라파를 향해 걷고 있다. 가자=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주민들을 상대로 또다시 대피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섬멸을 명분으로 내건 이스라엘군의 군사 작전이 가자 남부에서 더 거세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전체 인구(220만 명)의 90% 이상이 피란민 신세가 된 가자지구 주민들로선 더 이상 갈 곳도 없는 상황에서 ‘떠나라’라는 말만 반복해서 듣고 있는 셈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전날 칸유니스의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직업훈련센터에 체류 중이던 팔레스타인 피란민 수만 명에게 ‘26일 오후 5시까지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원래 팔레스타인인의 자립 역량 제고를 위해 유엔이 지원해 왔던 시설인 이곳은 전쟁 후 피란민 4만여 명을 수용하는 구호시설로 활용됐다.

이스라엘군의 이번 대피 명령은 지난 24일 공습으로 80명 이상 사상자가 발생한 뒤 취해진 조치다. 당시 센터 내 건물에 포탄 2발이 떨어져 최소 13명이 숨지고, 7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UNRWA과 팔레스타인 당국자는 이스라엘군 소행이라고 밝혔고, 이스라엘군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칸유니스를 포위한 채 시가전을 전개하고 있다. 센터 내 피란민뿐 아니라 칸유니스 전체 주민들에게도 ‘안전을 위해 남부 해안 알마와시로 대피하라’고 거듭 명령했다. 현지 유엔 관리들은 “가자지구에 피란처로 삼을 수 있는 안전한 곳은 더 이상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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