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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불만인 직장인들... '이익균점권'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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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1987년 헌법 개정에서 이익균점권 부활은 지속적으로 논의되었고 '최저임금법' 제정에 있어서 실질적 동인으로 기능하기도 하였으며 여전히 사회권의 기본방향이자 경제민주화의 저변에 놓여 있는 이념으로 전승되고 있다."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밝힌, 전진한(1901~1972)을 지금 이 시대에 다시 불러낸 이유다. 이 교수를 중심으로 한 서울대 노동법연구회 멤버들은 10여 년간의 자료 수집 끝에 '우촌 전진한 자료집'(현암사 발행)을 내놨다.
자료집엔 전진한 본인이 남긴 각종 기록은 물론, 언론 인터뷰, 국회 속기록 자료, 법안 내용 등을 모두 모아뒀다. 전진한이 어떻게 살았고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둔 것이다. 노동법 제정 70주년이던 2023년에 맞춰 추진해 왔던 작업의 성과다.
경북 문경에서 나고 상주에서 자란 전진한은 16세 되던 해 '대학' 한 권만 들고 서울로 올라와 고학을 하다 19세 때 우연히 참석한 토론회의 자유발언 때 명연설을 펼친 일을 계기로 학비 지원을 받아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와세다대학을 거쳐 협동조합 운동과 노동운동을 벌였고, 광복 뒤 오늘날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노총 초대 위원장, 대한민국 정부 초대 사회부장관,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한국 노동운동사, 노동법 제정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주목받는 건 '이익균점권'이라는 아이디어다. 광복 뒤 제정된 대한민국 제헌헌법엔 '이승만의 자유민주주의'로만 환원되지 않는 두 가지 조항이 있다. 하나는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하며 그 분배의 방법, 소유의 한도, 소유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써 정한다"던 제86조 농지개혁 조항이다. 이건 '조봉암'이란 인물로 각인되어 있다.
또 하나는 “근로자의 단결,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의 자유는 법률의 범위 내에서 보장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서는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고 한 제헌헌법 제18조, 흔히 '이익균점권 조항'이라 불리는 대목이다. 사기업을 인정하되 그 사기업은 이익의 일정 부분을 생산에 참여하고 이익에 기여한 노동자 모두에게 나눠주라는 것이다.
이건 당시 상공회의소 등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진한의 힘으로 만들어진 조항이다. 이 과정은 자료집에 실린 국회 속기록에 자세히 소개돼 있는데, 문준혁 서울대 법학연구소 법학연구원이 해당 발언의 맥락, 배경, 의미 등까지 함께 설명해뒀다.
이익균점권은 우파의 사유화, 좌파의 국유화를 뛰어넘은 독특한 아이디어였다. 자료집 편찬에 참여한 전진한의 손녀 전동현 박사는 "자료집 발간을 준비하면서 이 개념이 어디서 나왔는지 정밀하게 따져봤는데 찾진 못했다"면서 "일제강점기 시기 사회주의 원전을 줄줄 외고 다닐 정도로 좌파 이론에 정통했지만 좌파 그 자체엔 반대한 반공주의자였기 때문에 나름의 대안을 구상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조항의 운명은 엇갈렸다. 농지개혁은 우여곡절 끝에 시행됐다. 하지만 이익균점권 조항은 그 조항을 뒷받침해 줄 귀속재산처리법 제정에 반영되지 못했고 1962년 개헌과 함께 사라졌다. 당시 한국은 압도적 농업 사회였고, 중국 공산화의 여파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익균점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삼성, SK,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이제 어느 곳 할 것 없이 성과급을 지급한다. 성과급이 왜 이것밖에 안 되느냐, 산출 방식이 어떻게 되느냐며 '불공정'에 분노하는 직장인들 이야기가 언론 보도에 등장한다.
최석환 서울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회사의 막대한 성과는 어디로 가느냐, 성과급은 왜 회사의 시혜적 조치여야 하느냐 질문에 대해 이걸 애초에 보편적 권리로서 인정한 게 바로 '이익균점권'"이라며 "노사 간 균형 문제를 생각할 때 지금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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