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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자성한 여야, 음모론·권력다툼 골몰하다 '정치테러' 부메랑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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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대표 피습 이후 여야가 앞다퉈 자성의 목소리를 냈지만 불과 23일 만에 이번에는 여당 국회의원을 향한 테러가 벌어졌다. 불안정한 미성년 피의자의 범행이라 범행동기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인도 공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출 빈도가 확연히 높아지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말뿐이 아닌 진정성 있는 상생의 노력으로 더 이상의 불행한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 사건 이틀째인 26일 또다시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증오의 악순환이 정상적인 정치를 파괴할 정도에 이르기 전에 각 정당이 스스로를 정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형태의 폭력과 테러에 반대한다"고 했다. 3주 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직후와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외부에서 들끓었지만, 지난 3주간 여야가 보여준 행태는 그간의 후진적 모습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가지 못했다. 당장 이 대표 사건을 두고도 민주당 내에서는 "(피의자는) 극단적 수구 집회에 참석하신 분"(장경태 최고위원)이라거나, "(윤 대통령이) 국민 분열을 극대화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이경 전 상근부대변인) 등 네 탓 공방이 끊이지 않았다. 당 차원에서 발족한 '정치테러대책위원회'에서도 진상규명을 명목으로 피의자 당적 공개를 요구하고, 국무총리실과 국가정보원의 사실 왜곡 의혹을 제기하며 사실상 '음모론'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피해자인 이 대표도 당무 복귀 첫 메시지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법으로 펜으로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 든다"고 말해 대결 구도만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국민의힘도 변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대표 피습 사건 이후 거친 언행을 자제하는 듯했지만 잠시뿐이었다. 취임 일성으로 "이재명 민주당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날을 세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국 주요 지역을 순회하면서 '586 운동권'과 '개딸' 청산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냈다. 최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이 기폭제가 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권력다툼도 흡사 활극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정치에 대한 혐오만 키웠다.
두 차례의 정치테러를 겪고도 여야는 상생과 정치회복보다는 서로를 향한 비난에만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이날 배 의원 테러에 대한 여야의 공방도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배 의원에 대한 테러는 이 대표에 대한 정치테러 사건을 축소·왜곡한 경찰의 소극적 수사가 낳은 참사"라고 규정했다. 재발 방지 대책보다 정부·여당 책임론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자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민주당은 테러, 폭력을 바라보는 시각도 참 삐뚤어졌다"며 "저급한 선동이 증오의 정치를 만든다. 두려운 게 뭐냐"고 민주당을 탓했다.
극단의 대결만으로 맞서는 여야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또 다른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정치인들이 평소 자극적인 언행과 행동으로 갈등만 부각한다는 인식이 깊어지면서 범죄의 '타깃'이 되기 쉬워졌다"며 "경호와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정치인에 대한 신뢰 추락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이대로의 정치 현실이 계속되면 경제적이나 심리적으로 취약한 일반인들의 일탈에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충분한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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