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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챕터 29쪽의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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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씨는 '지구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북반구의 1월 날씨는 종종 눈이 내리고 하늘은 낮다. 그래서 우리는 약간 우울해지고 내향적으로 되기 쉽다. 하지만 그것이 정상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서 올해는 어떻게 살아갈지 상상해보고 마음을 다진다. 물론 이런 일이 나만의 것은 아니다.
내가 1월에 살피는 것은 '새해의 새로운 습관'이 잘 지켜지고 있나, 하는 것이다. 습관에 대해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경구가 있다.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될 것이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될 것이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될 것이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될 것이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될 것이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된다."
소설을 쓰려는 초심자들이 "인물의 성격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물어오면 나는 이 경구를 알려준다. 누군가의 생각, 말, 행동을 차례대로 묘사하면 결국 그의 운명을 쓸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경구를 누가 말했을까? 궁금해진 적이 있다.
➀무명씨 ➁영국의 마거릿 대처 ➂인도의 테레사 수녀 ➃중국의 노자
이 말은 배우 메릴 스트리프가 대처 전 총리로 나온 영화 '철의 여인'(2011년)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 노령의 대처가 치매를 의심받자 의사를 만나 이 말을 들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훨씬 이전에 테레사 수녀가 이 말을 했고, 그 이전엔 랠프 에머슨이 했다. 노자의 말이라고도 하는데 '도덕경'에는 분명히 없다. 미국의 사업가 프랭크 아웃로라는 말도 있다. 내 생각에는 설화처럼 이어지며 완성돼 최근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퍼진 것 같다. 그만큼 울림이 큰 말인 것이다.
내가 새해의 습관으로 삼은 것은 금연이다. 금연은 내게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어서 벌써 수백 번을 해낸 것 같다. 이번에는 여유를 갖고 지난해 11월 1일부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는 계속되고 있다. (망년회 때 한 번 피운 것은 봐주기로 했다.) 지난해까지는 이른 아침에 뉴스를 읽고 늦은 오후에 책을 읽었는데 1월부터는 시간대를 교체하기로 했다. 작가로서 작업하는 아침에 차분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 전날 큰 뉴스가 나오면 아침에 굉장히 궁금해지는데 겨우 참고 있다. 취침 전에 술을 조금 마시는 일도 삼가기로 했다. 그런데 얼마 전 마트에 갔다가 주류 코너에서 파란빛의 '봄베이 사파이어'가 염가인 것을 보고는 솔잎향이 생각나 덜컥 사버렸다. '내가 동안거 하시는 스님도 아닌데. 금연과 금주를 동시에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금주는 약간 미루기로 했다.
구로자와 아키라의 자서전인 '감독의 길'을 읽었는데 초등학교 때 매일 두 시간씩 꼬박꼬박 새벽 길을 걸어 검도를 배웠다고 한다. 조감독으로 눈코 뜰 새 없던 시절에도 '하루 한 쪽씩 시나리오를 쓰면 1년에 365쪽이다'라는 생각으로 매일 빠짐없이 썼다고 한다. 세계적인 작품보다도 굳은 다짐과 습관이 더 예술적이다.
1월 1일이 되면 미래가 막 당도한 느낌을 받는다. 열두 챕터로 된 365쪽짜리 책을 넘기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이 책의 상당 부분은 비어 있어서 내가 직접 써야 한다. 오늘은 29쪽인 셈인데. 이제 기록을 시작한 나의 습관이 잘 쓰였는지 세심하게 들여다볼 것이다. 그러다 보면 버려야 할 습관은 무엇인지도 눈에 띄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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