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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인도네시아 성공법은 다르지 않다

입력
2024.01.27 00:00
19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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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1호 기업이 있고, 제일 먼저 한류가 시작됐고, 교민사회가 가장 풍요로운 나라는 어디일까. 바로 인도네시아다. 1968년 코데코(한국남방개발·KODECO)가 한국 기업 최초로 인도네시아에 임업·유전투자에 나섰고 현재도 2,398개 한국 업체가 인도네시아에서 활동 중이다. 이제는 현대 전기차 아이오닉이 인도네시아 시장을 휩쓸고 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연결하는 항공편이 늘 만석일 정도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한국 기업인들의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인도네시아에 투자하려는 한국 기업인들을 말리는 경우가 더 많다. 대박을 노리고 진출했으나, 크게 실패하고 돌아가는 기업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어느 곳보다 상생의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700여 인종이 있고, 가난한 사람과 부자들도 큰 갈등 없이 사는 인도네시아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머리의 나라가 아니라 가슴의 나라다. 가슴으로 경영하면 성공하지만, 룰과 시스템부터 들이대면 당장 반발하는 곳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미스터 신발 왕'으로 불리는 송창근 회장의 성공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송 회장은 직원들의 '마음만 얻으면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 1998년 나이키가 갑자기 주문을 끊었을 때의 일이다. 송 회장은 담판을 짓기 위해, 미국 나이키 본사로 날아가기 직전 현지 직원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 미국에 간다. 일이 틀어져 회사가 망하더라도 내가 모든 걸 책임지고 여러분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 다만, 난 여러분만 있으면 할 수 있다. 같이 기도해달라." 감동한 직원 모두가 대성통곡을 했다. 그 영상을 찍어 나이키 경영진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지금도 4,000여 명의 직원들이 기도하고 있다. 우리 직원들을 위해 일거리를 달라." 현재는 6개 계열사에 4만여 명의 종업원을 둔 인도네시아에서도 대기업에 속하는 기업가가 됐지만, 직원들은 여전히 송 회장을 아버지처럼 따른다. 기도시간에도 송 회장이 건강하도록 기도한다고 한다.

두 번째 성공 요인은 돈 벌러 온 것이 아니라 함께 살려고 왔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 발견한 건 1492년 스페인이었지만, 정착에 성공한 나라는 130년이 흐른 1620년 영국이다. 콜럼버스는 원주민을 정복하러 갔지만, 메이플라워에는 함께 살고자 하는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성공요인은 기업의 본질, 즉 업(業)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한국 기업 특유의 경쟁력은 혁신과 동적 전환능력이다. 삼성전자는 유통에서 시작했지만 지속적으로 업을 전환해 제일제당, 제일모직, 삼성전자, 반도체, 스마트폰, 바이오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강자가 됐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최초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는 변신 노력을 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1호 기업 코데코는 임업 및 유전투자로 성공했지만 이제 위상은 미미하게 사그라졌다. 업의 전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반면 서비스업은 화교가, 제조업은 일본이 주도하는 이곳에서도 가슴으로 경영하며 끊임없이 변신을 한 교민 사업가들은 인도네시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새삼 인도네시아 성공 사례를 강조하는 것은, 앞에 제시한 세 가지 요인이 한국에 더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세계 중소기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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