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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풋옵션, 트럼프 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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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 뉴햄프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자, 전 세계 국가들이 대비책을 고심하고 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이를 ‘트럼프 풋(옵션)’과 ‘트럼프 헤지’로 범주화해 분석했다. ‘트럼프 풋’이란 미래 어떤 시점에서 상품을 팔 권리를 뜻하는 풋옵션처럼, 정책 결정을 미국 차기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늦추는 전략이다. ‘트럼프 헤지’는 트럼프 집권 후 악화할 상황에 대비해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다.
□‘트럼프 풋’의 대표적 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최근 몇 달간 교착 상태로 푸틴이 종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더 이상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러시아가 공세를 강화하며 전쟁을 더 끌고 가려 한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종전 협상에 나서는 게 러시아에 훨씬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유럽연합(EU)은 ‘트럼프 헤지’를 준비하고 있다. 안보에서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시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언급했다. 지난해 11월 두바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8) 이후에도 ‘트럼프 헤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COP28은 ‘화석연료 전환’에 합의했지만, 석유 가스 석탄에 대한 투자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 트럼프가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도 트럼프 재집권 시 큰 변화를 피할 수 없다. 안보에서는 북한 핵 용인, 방위비 인상, 미군 철수 등에 대비해야 한다. 경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관세 인상, 중국 봉쇄 강화 등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악재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가 기질상 잘 맞을 것”이란 막연한 낙관론 말고는 구체적으로 풋옵션과 헤지 전략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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