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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 늪에서 서민 구하던 새마을금고, 비과세·예금자 보호 덕 '과속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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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계좌가 있으신가요? 국민 절반이 이용하는 대표 상호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가 창립 60여년 만에 전례없는 위기 앞에 섰습니다. 몸집은 커졌는데 내부 구조는 시대에 뒤쳐진 탓입니다. 내가 맡긴 돈은 괜찮은지 걱정도 커져갑니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새마을금고의 문제를 뿌리부터 추적해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찾아봤습니다.
서민금융기관을 표방하는 새마을금고는 어떻게 생겼을까. 5·16 쿠데타 이후 1961년 6월 군사정부가 주도했던 '국가재건국민운동'이 탄생 배경이다. 정부는 빈곤 극복을 목표로 국민저축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마을과 직장 단위 금고 설립을 장려했는데, 새마을금고도 이런 배경에서 설립됐다. 시초는 주민 35명이 참여해 1963년 5월 25일 문을 연 경남 산청군 생초면 하둔금고다. 같은 해 세 번째로 설립된 경남 의령군 정암마을금고의 회원 1인당 출자금액은 5원이었다.
초창기 마을금고는 동네 공동체를 바탕으로 운영됐던 만큼 비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기장이 틀리거나 출자금을 오용하는 것은 공동체 구성원임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의미였다. '함께 가난을 극복해 보자'는 회원들의 열의가 컸고, 이사장과 회계 담당은 무보수였다. 1960년대 말 강원지역 마을금고 총회자료를 보면 회계원에게 수고비로 고무신을 사주기로 결의한 내용이 있는 정도다.
마을금고는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고리채에 의존해야 했던 서민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주민들이 절약해 마련한 자금을 급전이 필요한 회원이 먼저 사용하고 대출 이자로 돈을 불리며 운영됐다. 은행이 거의 없었던 시절에 집집마다 찾아와 직접 입금해주는 '파출 수납'도 장점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운동 5대 시책으로 '마을금고 육성 지원'을 지시하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1973년 3월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전신인 마을금고연합회 창립총회가 열렸고, 그해 연말까지 전국적으로 4만2,436개의 금고가 생겼다.
하지만 1975년부터 전국적으로 사고가 빈발하며 위기를 맞았다. 박 대통령은 내무부 장관에게 범정부 합동조사를 지시했다. 1981년 학생 저축금 미환급 사태까지 터지자, 마을금고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연합회는 사활을 걸고 순회 지도와 자정대회를 진행해 성난 민심을 가라앉혔다.
1983년 안전기금제도 및 상환준비금 제도가 담긴 새마을금고법 제정으로 금고는 도약을 위한 중대 전환점을 맞았다. 정부가 회원들이 맡긴 예·적금 보장을 법제화했기 때문이다. 감독부처를 두고는 격론 끝에 전반적인 감독 지도사항을 내무부 장관 소관으로 정했다. 이미지 개선에 성공한 새마을금고는 사채시장을 흡수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새마을금고는 은행 금융공동망 이용을 2001년 9월에, 신용카드 사업을 2001년 2월에서야 시작했지만, 압도적인 이용자 수와 비과세 혜택, 예금자 보호 등을 내세워 성장세를 이어갔다. 2022년 자산 284조 원을 달성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자산 300조 원 달성을 목전에 두는 듯했다. 그러나 초심을 버리고 대체투자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고위험 투자·대출에 집중한 부작용은 컸다. 연체율이 치솟고 부실채권이 증가하면서 경영 혁신과 위기 극복이 당면 과제가 됐다.
※<제보받습니다> 지역 새마을금고와 중앙회에서 발생한 각종 부조리(부정·부실 대출 및 투자, 채용·인사 과정의 문제, 갑질, 횡령, 금고 자산의 사적 사용, 뒷돈 요구, 부정 선거 등)를 찾아 집중 보도할 예정입니다. 직접 경험했거나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다면 제보(dynamic@hankookilbo.com) 부탁드립니다. 제보한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1>회장님의 이중생활
<2> 믿지 못할 골목 금융왕
<3>시한폭탄 된 PF 대출
<4> 60년 전 약속은 어디로
<5> 끝나지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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