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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빅매치의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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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천 계양을 지역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빅매치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회 때 이를 공식화한 원 전 장관은 이 대표의 사무실 맞은편에 공간을 계약해 약 100m를 사이에 두고 양측 현수막이 마주 보게 될 것 같다. 총선 최대 관심지로 떠오르는 셈이다.
□ 원 전 장관은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도전자로서 선명성을 명확히 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돌덩이 하나가 자기만 살려고 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2022년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대장동 일타강사’를 내건 그가 정치적 체급을 더욱 키워 여권의 유력주자로 도약하려는 기세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였고, 원 전 장관은 국민의힘 경선 4위를 기록했다. 원 전 장관으로선 자신과 관련한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 이슈를 털어내고, ‘이재명 대항마’로 쐐기를 박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 거물들이 정치생명을 걸고 맞붙은 사례는 2008년 정몽준-정동영 대결이 대표적이다.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텃밭인 울산 동구를, 직전 해인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전북 전주 덕진을 각각 버리고 서울 동작을에서 맞대결했다. 승리는 54.4%를 득표한 정 최고위원에게 돌아갔고 이후 당권까지 거머쥔다. 2011년 4·27 재보선 당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경기 분당을에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붙은 사례도 있다. ‘천당 아래 분당’으로 불린 보수정당의 안방이었음에도 손 대표가 승리, 입지를 크게 다졌다.
□ 빅매치에서 지는 쪽은 당연히 치명상을 입게 된다. 승자가 대권의 원대한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그저 바라봐야 하는 고통까지 감수해야 한다. 다만 험지일 경우 재도약의 발판이 되는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밑져도 본전이란 계산에 ‘지역구 쇼핑’을 남발하게 된다. 연고가 없는 곳에서 ‘미니 대선판’을 벌이는 게 유권자로선 씁쓸할 수 있다. 흥행 만능주의 정치게임에 무분별한 전략공천이 횡행하고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지역민의 당혹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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