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뜨고 배터리 주춤...SK 주가 총액 2년 만에 시총 2위 되찾아

AI 열풍에 SK하이닉스 주가 고공행진
LG에너지솔루션, 실적 하락에 LG그룹 시총 3위로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사옥. SK그룹 제공

SK그룹 시가총액(시총)이 LG그룹 시총을 추월해 국내 상장 기업 2위에 올랐다. LG의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상장된 지 2년 만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기대감에 SK그룹의 대장주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한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23일 기업분석기관 한국CXO연구소의 'LG와 SK그룹 시총 변동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SK그룹 시총은 LG엔솔이 상장된 2022년 1월 27일 시총 3위(179조3,673억 원‧우선주 포함)로 내려앉았지만 19일 다시 2위(171조8,740억원)를 되찾았다. 같은 기간 LG그룹의 시총은 삼성전자(479조6,267억 원)에 이은 2위(233조2,029억 원)에서 3위(167조7,772억 원)로 한 계단 떨어졌다. 19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495조5,637억 원이었다.

1년 이후인 2023년 1월 2일에는 LG그룹 시총이 203조9,065억 원, SK그룹은 124조2,036억 원으로 격차가 벌어졌고 지난해 9월 27일에도 LG그룹이 202조6,454억 원으로 200조 원대를 유지한 반면 SK그룹은 152조9,908억 원으로 여전히 차이가 컸다.

두 그룹 간 시가총액 격차는 올해 들어 빠르게 좁혀졌다. 2일 기준 LG그룹 시총은 190조2억 원으로 200조 원대를 밑돈 반면 같은 날 SK그룹은 179조6,757억 원으로 약 10조 원 차이를 보였다. 2년 동안 LG그룹의 시총은 40조 원가량 감소한 반면 SK그룹은 당시 수준을 회복한 셈이다. 19일에는 2년 만에 SK그룹이 2위 자리를 되찾았고 이번 주 첫 거래일인 22일에는 LG그룹이 163조 원, SK그룹이 172조 원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대장주 업황에 그룹 희비 엇갈려

CXO연구소 제공

이런 결과는 두 그룹 대장주의 희비가 엇갈린 게 결정적이었다. SK그룹은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 SK하이닉스의 시총이 82조 원대에서 102조 원대로 20조 원 불어나며 그룹 전체 시총 증가를 이끌었다. 22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LG엔솔의 시총은 상장 첫날인 2022년 1월 27일 118조 원 이상으로 평가됐지만 전기차 수요 성장세 둔화로 주가가 줄어 19일 기준 89조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LG화학도 43조 원대에서 28조 원대로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 가전·TV 수요 회복 지연 등 영향으로 LG생활건강과 LG전자등 주요 계열사 시총도 각각 9조 원대와 5조 원대로 줄어드는 등 그룹 전체로는 65조 원가량 감소했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LG엔솔의 시총은 상장 초기보다 떨어지고 있는 반면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최근 국내 주식 시장에서 업종 간 온도 차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