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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 의혹 토끼몰이 안돼"... 한동훈에 발등 찍힌 尹, 입장 표명은 언제?

입력
2024.01.22 19:00
수정
2024.01.23 09: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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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공식 외부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올해 들어 의욕적으로 진행해 온 민생 토론회마저 시작 30분 전에 급히 불참하기로 입장을 바꾸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대신 소수의 참모진을 불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정면충돌 양상 이후 대책을 숙의했다.

대통령과 여당 수장이 맞붙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풀 당사자는 결국 윤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이에 윤 대통령은 '출구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공천 갈등과 명품백 수수 의혹을 둘러싼 '김건희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한 여권 관계자는 본보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사과받아야 할 피해자인지 사과해야 할 당사자인지를 떠나 윤 대통령도 이른바 ‘윤-한 갈등’의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약속대련은 아니었지만 결론은 약속대련이었던 것처럼 파국을 맞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양쪽 모두 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분노는 예상보다 크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결정적 계기는 김 여사 명품백 논란에 대한 접근법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번 논란이 최소한 여당 내부에서는 분출하지 않기를 바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 입장에선 논란에 대해 입을 열 생각은 있었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라고 본 것 같다”며 “자연스럽게 타이밍을 잡고 있었고 가장 우려했던 건 토끼몰이하듯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한 위원장이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자 배신감이 컸다는 의미다.

그 여파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준비하던 대국민 입장문 발표 계획이 꼬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회견, 특정 매체와 단독 인터뷰, 대국민 성명 등 다양한 형태로 김 여사 논란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함정 몰카’의 문제점을 강조하려 했지만, 한 위원장의 발언 이후 모두 공염불이 됐다는 것이다.

물론 윤 대통령과 참모진의 안이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한 여당 초선 의원은 “수도권 민심에 민감한 의원들의 경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김 여사 논란에 대해 매듭짓기를 원하고 있었다”며 “지금 대통령실의 태도는 원인을 제공해 놓고 사과도 하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서둘러 갈등을 봉합하지 않으면 국정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위기의식 또한 여권 내부에 적지 않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여사 관련 의혹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면 당정관계는 정말 수직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여론 악화를 우려해 대통령실과 여권은 윤 대통령이 이른 시일 내에 명품백 의혹에 대한 경위와 후속조치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다시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윤 대통령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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