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스, 기후동행카드, 더(The) 경기패스, 인천I-패스.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고, 국민의 교통비 부담 완화를 위해 새로 나오는 교통카드 이름들이다. 발행기관이 국토교통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나뉘어 있고, 혜택이나 이용 교통편이 서로 달라 혼란스럽다.
이렇게 다양한 교통카드가 나오는 이유를 국토부는 “이용자 선택권 확대”라고 설명했다. 4종의 교통카드를 마치 편의점에서 라면을 고르는 것으로 포장했지만, 실제로 각각의 교통카드는 거주지가 어디냐에 따라 선택이 불공정하게 제한될 뿐만 아니라 지자체 주민 간 거리감을 조장한다. 우선 국토부가 발행하는 K-패스는 전 국민 대부분이 사용할 수 있고, 월 15~60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일정액을 사후 되돌려준다. 경기·인천 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 더 경기패스와 인천I-패스는 K-패스와 비슷하지만, 이용 무제한 등 추가 혜택이 있다. 서울시가 발행하는 기후동행카드는 이용이 많을수록 혜택이 더 커지는 구조이지만, 이용 지역이 서울로 제한된다.
사용자 혼란과 불만이 여기서 시작된다. 서울 주민은 대중교통 이용 지역과 빈도에 따라 기후동행카드나 K-패스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인천 주민은 무제한 이용 가능한 기후동행카드 선택권이 제한된다. 비수도권 주민에게는 서울과 경기·인천 간의 불공정 논란조차 ‘배부른 투정’으로 들린다. 노선버스 배차간격이 한 시간 넘는 지역이 많은 데다 그나마 제시간에 운행만 돼도 감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복잡한 교통카드 시스템이 만들어진 가장 큰 책임은 정부의 ‘조정 능력 부재’다. 지자체마다 대중교통 상황이 다른 만큼 전국 통합 교통카드를 만드는 건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하지만 까다로운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조정 노력을 소홀히 하다 국민 불편과 갈등을 키운 사례가 교통카드뿐인가. 22일 교통카드 기자설명회에 참석해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은 국토부 장관과 서울·경기·인천의 단체장들은 교통카드 통합을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해 양보하고 협력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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