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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원앙 200마리... "진풍경 아닌 철새들의 SOS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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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중랑천에 나타나 관심을 끈 천연기념물 원앙 200여 마리의 모습이 진풍경이 아니라 철새들이 보내는 SOS(구조요청)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2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 따르면 중랑천 하류는 서울시 1호 철새보호구역으로 매년 원앙 1,000마리가 넘게 찾는 곳이지만 올해는 오히려 그 수가 크게 줄었다.
서울환경연합이 발간한 2023 시민과학리포트를 보면 2021~2022년 겨울철에 단체가 시민들과 함께 중랑천에서 확인한 원앙 수는 1,061마리였지만 2022~2023년 겨울철은 270마리였다. 최근 한강의 모니터링에서 관찰된 수는 400여 마리로 구체적 수치는 차이가 있지만 개체 수가 감소했다는 점에는 단체 간 이견이 없다.
원앙을 포함한 철새들은 지난해까지 응봉교 인근 여울과 수변부에 주로 서식했다. 천적을 경계하고 사람의 간섭을 피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앙들이 올해 성동교 교각 아래에 밀집한 것은 지난해 철새 서식구간을 대규모로 준설해 강물이 호수처럼 변하는 호소화가 진행되면서 수면성 오리류가 서 있을 곳이 줄어들었고 수변에 산책용 덱이 만들어지면서 사람을 피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게 한강 측의 분석이다.
앞서 성동구청은 유튜브 채널에 "최근 중랑천의 관내 용비교 쉼터 인근에서 원앙 200여 마리가 발견됐다"라고 홍보 영상을 올리면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오히려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원앙의 밀집 위치까지 공개하면서 탐조객이 몰리는 현상까지 낳고 있다.
개체 수가 줄어든 것은 원앙만이 아니다.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중랑천 철새보호구역을 찾은 조류는 지난해 53종 4,464마리에서 올해는 59종 3,060마리로 수가 크게 줄었다. 연합 측은 "하천 정비사업으로 육교, 계단 등의 시설물이 수변에 조성돼 물새류의 은신처가 줄어든 데다 수변 녹지의 제초작업과 벌목, 과도한 가지치기로 먹이자원이 손실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강은 지난달 22일부터 원앙을 포함한 철새들의 쉼터를 만들고 체온 유지를 위한 볍씨, 배추 등 부족한 먹이를 제공하고 있다. 쉼터 마련을 위해 인적이 드문 수변 구간의 덤불을 제거하고, 100~300㎡ 규모의 공터를 만들어 운영하는 중이다. 또 먹이 공급을 위한 모금 마련에 들어갔다. 서울시와 성동구도 철새 보호를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며 시민단체와 적극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염형철 한강 대표는 "이번에 원앙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우리 주변에 철새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도 "다만 철새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탐조문화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염 대표는 "중랑천 철새구역과 철새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을 검토하고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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