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청장 "발달장애인 왜 낳았노"... 이재명 "민주당이면 곧바로 징계"

입력
2024.01.22 15:42
수정
2024.01.22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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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은 방법 안 낳는 것" 해명도
“가슴 비수” 장애인단체 24일 집회
민주당, 여당에 "오태원 제명" 촉구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국민의힘 소속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이 발달장애인 부모를 향해 "안 낳아야 하는데, 왜 낳았노"라고 발언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골적 장애 혐오"라며 오 구청장의 제명을 촉구했다.

22일 부산장애인부모회 등에 따르면 오 구청장은 17일 부산 강서구와 북구 합동 기자간담회에서 김형찬 강서구청장과 강서구의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존치와 관련 대화를 나눴다. 이 센터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내년부터 장애인 주간보호센터로 변경해 운영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김 구청장이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경제생활이 어려우면 국가에도 좋지 않고, 발달장애인 부모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는 취지의 말을 하자 오 구청장이 "죄가 있다면, 안 낳아야 되는데 왜 낳았노"라고 답했다.

부모들을 비난하는 듯한 발언으로 비판받자 오 구청장은 19일 KBS부산과의 인터뷰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해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면서도 "제일 좋은 방법은 발달장애아를 안 낳는 것인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니까 안타깝다는 뜻으로 한 말이 헛나간 것"이라고 해명해 논란을 더 키웠다.

"발달장애 부모 가슴에 비수 꽂아"

부산 북구의 북구청 건물. 부산 북구청 공식 블로그 캡처

부산 북구의 북구청 건물. 부산 북구청 공식 블로그 캡처

이에 부산의 장애인 부모 단체들은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도우경 부산장애인부모회 회장은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오 구청장의 발언과 관련해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사회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두렵다"라고 말했다.

도 회장은 오 구청장이 자신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는 사실도 공개하면서 "이 정도의 인권 감수성으로 하는 말로 하는 사과는 받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함께 오는 수요일(24일) 북구청 앞에서 '우리는 발달장애인을 낳은 죄인이니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십사'라고 요청을 드릴 예정이다"라며 집회 일정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에 오 구청장 제명을 촉구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21일 "오태원 구청장의 말은 노골적 장애 혐오이자 약자에 대한 사회적 테러"라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당장 오태원 구청장을 국민의힘에서 제명하시라"라고 요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22일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민주당이었다면 곧바로 징계했을 위중한 사안"이라며 "이 막말에 대해 국민의힘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부산시당은 "오태원 북구청장은 용납할 수 없는 망언으로 상처받은 북구 구민과 발달장애인 부모의 마음을 위로하는 유일한 길인 공개사과와 자진사퇴에 주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사퇴까지 촉구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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