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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걸고 조 1위 사수해도 '가시밭길' 된 우승길 [아시안컵]

입력
2024.01.22 15:50
수정
2024.01.22 16: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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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말레이전서 다득점 승리하면 조 1위 탈환
1위로 16강 진출 시 줄줄이 우승 후보와 맞대결
체면 구겨도 조 2위가 우승에는 더 안전할 수도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향해 내달리는 남자 축구 대표팀이 16강 진출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떤 전략을 세우느냐에 따라 운명이 크게 뒤바뀔 수 있어서다.

클린스만호는 22일 현재 E조 2위에 올라있다. 1위인 요르단과 승점은 4로 같지만, 골득실에서 2골 뒤진다. 25일로 예정된 조별리그 3차전인 말레이시아전에서 다득점으로 대승을 거두면 선두 자리를 탈환할 수 있다.

21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회복훈련을 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회복훈련을 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조 1위가 더 가시밭길... 강력 우승 후보 줄줄이 만나

문제는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해 조 1위로 올라선다 해도 가시밭길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E조 1위는 16강부터 이번 아시안컵의 강력 우승 후보들과 줄줄이 만날 가능성이 높다. 우선 16강에선 D조 2위와 맞붙는데, 이변이 없는 한 한일전이 성사될 전망이다. 일본(승점 3)은 현재 D조 2위로, 24일 조별리그 3차전인 인도네시아전을 앞두고 있다. 앞서 이라크(승점 6)와의 대결에서 1-2 충격패를 당해 인도네시아전에서 압승을 거둔다 해도 조 1위가 될 가능성은 없다.

일본을 16강에서 만나는 것도 부담인데, 그다음도 문제다. 8강에선 또 다른 우승 후보인 이란이 기다리고 있다. '숙적' 일본에 이어 '난적' 이란까지 상대해야 하는 셈이다.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1위로,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일본(17위) 다음으로 높다. 우리나라는 23위다. 역대 전적도 10승10무13패로 우리가 이긴 경기보다 진 경기가 더 많다. 이후 준결승에선 디펜딩 챔피언이자 개최국 카타르와 만난다.

21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손흥민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손흥민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체면 구기더라도 조 2위가 우승에 더 유리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소 체면을 구기더라도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는 게 낫다는 분석이 나온다. E조 2위는 이날 오전 F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한 사우디와 16강에서 만난다. 사우디는 역대 전적 18전 5승8무5패로 팽팽해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지만, FIFA 랭킹이 56위로 우리보다 한참 낮은 데다 최근 경기에서 패스와 크로스 등에 허점을 드러내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이후 8강에서 우승 후보인 호주와 만날 가능성이 높지만, 이란보다는 해볼 만하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다득점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조 2위로 오를 경우,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 1, 2차전이 예상보다 어렵게 진행되면서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주전 선수들은 이미 상당히 지쳐있는 상태다. 조별리그 이후 스케줄에서 이들을 적극 활용하려면 3차전에서 체력을 비축할 필요가 있다.

다만 우승의 꿈을 이루려면 대진표와 별개로 풀백 리스크를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현재 김진수(전북현대)에 이어 이기제(수원삼성), 김태환(전북현대)까지 요르단전에서 부상을 입어 대표팀 풀백 자원 4명 중 3명이 훈련에서 제외됐다. 그렇잖아도 대표팀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풀백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남은 1명인 설영우(전북현대)도 앞선 두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해 사실상 체력이 바닥난 상태다. 클린스만 감독은 '백 스리'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다 했지만,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전략인 만큼 위험부담이 적지 않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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