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예정대로 27일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어차피 2년을 허송세월해놓고 2년 더 유예를 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중소업체들의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처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 시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2년 유예를 해줬는데, 시행시기가 다가오자 국민의힘은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여야는 유예 조건을 두고 줄다리기를 해왔지만 끝내 협상이 중단되면서 법 시행 전 마지막 본회의(25일) 처리는 힘들어졌다.
현재 중소업체들의 준비가 미흡한 건 사실이다. 작년 말 경총 조사에서 대상 기업 중 6%만 준비를 마쳤다고 응답했다. 당장 직원 20~49명인 기업은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1명 이상 둬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몸값이 치솟아 구하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려주는 게 능사는 아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숨지는 노동자는 매년 1,300명이 넘는다. 전체 산재 사망자의 60%에 달한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빵집 사장님도 대상이 된다”며 유예를 호소했는데 그렇다면 동네 빵집은 종업원이 안전사고로 사망해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말인가. 재계는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할 거라지만, 법 시행 2년 동안 기소된 31건 중 실형은 단 한 건뿐이었다.
다만 준비 없이 국회 선심만 기대했던 중소기업들은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소모적 유예 논쟁에서 벗어나 이들 기업이 법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책 마련에 몰두해야 한다. 안전인력부터 매뉴얼, 안전장비, 시스템 등 맞춤형 지원책이 절실하다. 중처법은 처벌이 아니라 ‘제2의 김용균’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예방에 근본 목적이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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