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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삽도 못 뜨고 공사 중단… 끝나지 않은 '새마을금고 PF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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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계좌가 있으신가요? 국민 절반이 이용하는 대표 상호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가 창립 60여년 만에 전례없는 위기 앞에 섰습니다. 몸집은 커졌는데 내부 구조는 시대에 뒤쳐진 탓입니다. 내가 맡긴 돈은 괜찮은지 걱정도 커져갑니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새마을금고의 문제를 뿌리부터 추적해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찾아봤습니다.
“신도시가 아니라 거대한 주차장이 됐다.”
지난달 20일 경남 거제시 고현항 재개발 현장에서 만난 60대 김모씨는 4차선 도로 양쪽으로 갓길 주차된 화물차와 버스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고현항 앞바다였던 이곳은 2015년부터 매립 작업을 거쳐 60만㎡ 신도시로 변모했다. 하지만 쇼핑몰, 상가, 호텔 등이 어우러진 복합해양관광도시를 만들겠다는 거제시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다. 축구장 85개 크기 부지에는 아파트 2개 단지, 건물 3채가 전부였다. 대다수 부지는 잡초가 허벅지 높이까지 자라 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건물 3곳에 입주한 임차인도 두세 곳밖에 없다”고 전했다.
새마을금고는 재개발에 2,000억 원 이상을 빌려줬다. 금고는 2020년 말 시행사가 3단계 매립 작업을 할 때 공사비 1,108억 원을 내줬고, 개발업체가 주상복합을 지을 일반상업용지를 매입할 때 각각 1,084억 원을 빌려줬다. 현재 이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모두 채무불이행 상태다. 거제 부동산이 급격하게 얼어붙은 탓이다. 매립 사업 시행사는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했다. 금고는 토지를 팔아 대출금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지역 금융기관 관계자는 “2020년 사업자가 2단계 매립지를 분양할 때 3.3㎡당 1,900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1,000만 원 초반에도 안 팔린다”며 “땅을 사갈 사람도 건물을 올리려면 PF를 받아야 하는데 누가 돈을 빌려주겠느냐”고 했다. 한 거제시의원은 “2015년 조선업 불황이 시작된 후 거제 부동산은 일부 아파트만 외부 투기수요에 반짝했을 뿐 계속 내리막이었다”며 “거액을 대출해준 게 신기하다”고 했다. 2015년 8만1,000여 명에 달했던 거제 조선소 노동자는 2022년 4만3,000명까지 급감했다.
지난해 7월 새마을금고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겪었다.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가 600억 원대 부실 PF 대출을 해결하지 못해 인근 금고로 합병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 달간 17조 원이 빠져나갔다. 정부의 발 빠른 진화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PF는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는 뇌관이다.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 등으로 멈춰선 사업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위기 대응력이 취약한 중·소형 지역 금고들이 흔들리면 불안 심리가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23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새마을금고의 관리형 토지신탁 대출잔액은 16조3,481억 원으로 2019년 말과 비교해 96배 폭증했다. 관리형 토지신탁은 부동산 PF와 비슷한 개념이다. 금고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부동산 전문가인 류혁 신용공제대표가 2020년 5월 취임한 뒤 PF를 공격적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첫 삽도 뜨지 못하거나, 공사가 중단된 사업장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옛 프리마호텔 부지에 고급 아파트를 짓는 ‘르피에드 청담’ 사업이 대표적이다. 시행사는 2022년 5월 금고(1,800억 원)를 비롯한 26개 기관에서 4,640억 원 브리지론(토지매입자금 대출)을 받았지만, 아직 인·허가조차 마무리하지 못했다.
경남의 중견기업 사원 아파트 부지를 사들여 신축 아파트를 짓는 사업에도 2021년 말 지역 금고 30곳이 1,000억 원을 내줬지만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했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이 급등하며 건설사가 참여를 꺼렸기 때문이다. 금고가 1,340억 원을 빌려준 부산의 한 오피스텔 사업도 최근 시공사가 부도 처리되며 공사가 중단됐다.
PF 부실화는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상승, 부동산 침체 등이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새마을금고 경영진이 무리하게 PF를 남발한 영향도 크다. 거제 고현항의 경우, 2020년 말 사업자가 주상복합 건축을 위해 일반상업용지 3, 4블록에 브리지론을 신청했을 때 중앙회 실무자는 ‘부적합’ 판단했다. 두 달 전 대출해준 2블록과 3, 4블록 사업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진행되는 터라, 부동산 침체 시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윗선 지시로 3, 4블록 대출이 실행됐고, 실무자 우려는 현실이 됐다. 현재 두 대출 모두 경·공매 절차를 밟고 있다.
경기 안산에 2,500가구 생활형 숙박시설을 짓는 사업도 마찬가지다. 2021년 초 중앙회 실무진은 분양 리스크를 이유로 ‘최대 대출액은 1,700억 원’이라고 보고했으나, 류혁 전 신용공제 대표는 5,100억 원 대출을 지시했다. 검찰은 그가 금고에 합류하기 전 몸담았던 자산운용사 아이스텀파트너스에 알선 수수료 51억 원을 챙겨주려고 이런 지시를 내렸다며, 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류 전 대표 시절 특정 사업에 과도한 대출이 이뤄져 뒷말이 많았다”고 했다.
현재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지역 금고가 보유한 부실 PF 등 채권을 인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고가 부실채권을 털어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금고가 선순위와 담보인정비율(LTV) 60% 이하 대출만 취급했기에 PF 부실 문제로 금고 전체가 휘청거릴 일은 없다”고 말했다.
※<제보받습니다> 지역 새마을금고와 중앙회에서 발생한 각종 부조리(부정·부실 대출 및 투자, 채용·인사 과정의 문제, 갑질, 횡령, 금고 자산의 사적 사용, 뒷돈 요구, 부정 선거 등)를 찾아 집중 보도할 예정입니다. 직접 경험했거나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다면 제보(dynamic@hankookilbo.com) 부탁드립니다. 제보한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1>회장님의 이중생활
<2> 믿지 못할 골목 금융왕
<3>시한폭탄 된 PF 대출
<4> 60년 전 약속은 어디로
<5> 끝나지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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