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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눈감은 새마을금고 경영진들…남들 멈출 때 PF대출 역주행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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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계좌가 있으신가요? 국민 절반이 이용하는 대표 상호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가 창립 60여년 만에 전례없는 위기 앞에 섰습니다. 몸집은 커졌는데 내부 구조는 시대에 뒤쳐진 탓입니다. 내가 맡긴 돈은 괜찮은지 걱정도 커져갑니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새마을금고의 문제를 뿌리부터 추적해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찾아봤습니다.
"'주린이'가 상투 잡은 것과 똑같다."
지난해 10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장에서 새마을금고의 투자 행태를 이렇게 꼬집었다. 주식을 처음 시작해 서툰 투자자를 말하는 '주린이'(주식+어린이)에 빗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시장에 막대한 돈이 풀리자 '파티'를 즐겼던 금융기관들은 돈이 말라갈 조짐을 보이자 위기에 대비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홀로 역주행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대체투자 등 위험성 높은 곳에 금고 자금을 쏟아부은 것이다.
왜 그랬을까. 전문가들은 ①경영자들의 과욕 ②조직의 비전문성 ③내·외부 통제 장치 미비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서민 대출을 목적으로 탄생한 새마을금고가 몸집을 불리려 무리하게 기업 대출 등을 늘리면서 비극이 싹텄다.
새마을금고는 2018년부터 기업 대출을 급격히 늘렸다. 그해 3월 취임한 박차훈(67) 중앙회장은 당시 150조 원 수준(중앙회와 지역 금고 자산액 합계)이던 금고 자산을 공격적으로 키우려 했다. 2년 뒤에는 '부동산 전문가'인 류혁(61)씨를 신용공제 부문 대표로 영입했다.
공제(보험) 사업과 부동산 PF 대출은 볼륨을 키우려는 새마을금고에 매력적인 먹거리였다. 한국일보가 만난 서울의 한 금고 직원은 "공제 판매 압박이 너무 심해 직원들이 마이너스 통장까지 뚫어서 할당량을 채울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중앙회는 PF를 중심으로 한 건설·부동산 관련 대출에도 자금을 쏟아부었다. PF 대출 잔액은 2020년 이후 2년 새 5.3배(2.9조 원15.5조 원)나 늘었다.
새마을금고의 공격적 PF 영업 실태는 은행권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보인다. 금고의 건설·부동산 관련 대출 잔액은 56조4,000억 원(2023년 1월 기준)으로 전체 대출의 28%에 달했다. 반면 은행은 13.2%(2023년 3월 기준) 정도였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은행은 자산 대비 부동산 PF 대출 비율 등을 철저하게 관리감독 받고 있어서 건전성이 준수한 사업에만 주로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새마을금고의 체질은 급격히 변해갔다. 2017년만 해도 금고 전체 대출 중 가계대출 비율이 90.6%로 압도적이었는데 2022년에는 45.1%로 떨어졌다. 반면, 기업대출이 54.9%로 늘었다. 금고가 기업에 꿔준 돈은 2022년 100조 원을 넘겼다. 서민 금융기관이라는 정체성은 그렇게 지워져갔다.
문제는 새마을금고가 사업성 등을 제대로 평가해 PF 대출을 해줄 역량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금고는 비과세 혜택(3,000만 원까지 이자소득세 면제) 덕에 쉽게 예·적금을 유치해 이 돈을 아파트 중도금 대출 등으로 안전하게 운용해왔다.
중앙회에는 부동산 PF의 건전성 등을 검토하는 인력이 3명뿐이다. 이들이 전국 1,288곳 금고에서 공동으로 내주는 거액 PF 건을 모두 심사해야 한다. '박차훈 전 회장과 류혁 전 대표가 조직 전문성은 갖춰놓지 않고 돈 불릴 욕심만 부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부실한 대출에 요행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팬데믹이 지나고 경기가 불황으로 돌아서자 회수하기 어려운 채권이 늘었다. 2021년 말까지 2% 내외였던 새마을금고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6월 8.34%까지 치솟았다. 반면, 은행권의 연체율은 0.37%에 불과했다. 농협과 신협 등 다른 상호금융기관도 4.21% 수준이었다.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고 PF 부실이 불거지자 문제가 터졌다. 지난해 7월에는 일부 지역 새마을금고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움직임까지 보였다. 금융당국까지 나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금고 이용자를 보호하겠다"고 호소해 불길을 잡았지만 불씨는 사라지지 않았다.
외부 감독기관도 새마을금고의 '폭주'를 제때 멈춰 세우지 못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협, 신협 등도 개별 금고의 내부통제는 부실하지만, 금융당국이 이들을 모니터링하며 적절한 때 경고를 준다"면서 "하지만 새마을금고를 감독하는 행정안전부는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행안부 내에 새마을금고를 담당하는 인력은 10명이 전부다. 그나마도 인사철마다 자주 바뀌니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마을금고 내부와 행안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안 돼 PF 대출 부실성에 대한 모니터링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새마을금고는 대출을 규제하고 중단하는 과정에서도 안이하게 대응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신협이 2020년 3월 '공동대출'(지역 금고들이 연합해 100억 원 이상 대출할 때 중앙회 평가를 받도록 한 것)을 시행했지만 새마을금고는 1년 후에야 도입했다. 농협·신협중앙회가 2022년 하반기에 신규 공동대출을 중단한 반면, 새마을금고는 이듬해 4월에야 같은 결정을 내렸다. 그 시차를 틈타 고위험 대출자들이 새마을금고에 몰렸다. 이종욱 교수는 "심사가 엄격한 금융사의 문턱에서 걸린 PF 대출이 새마을금고로 밀려오기 때문에, 은행과 비교해 부실률은 몇 배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제보받습니다> 지역 새마을금고와 중앙회에서 발생한 각종 부조리(부정·부실 대출 및 투자, 채용·인사 과정의 문제, 갑질, 횡령, 금고 자산의 사적 사용, 뒷돈 요구, 부정 선거 등)를 찾아 집중 보도할 예정입니다. 직접 경험했거나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다면 제보(dynamic@hankookilbo.com) 부탁드립니다. 제보한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1>회장님의 이중생활
<2> 믿지 못할 골목 금융왕
<3>시한폭탄 된 PF 대출
<4> 60년 전 약속은 어디로
<5> 끝나지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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