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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에 김정은까지 비판 이재명, '평화' 프레임으로 총선 주도권 노리나

입력
2024.01.20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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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이후 잇따라 한반도 평화 강조
안보 문제는 경제 문제와 직결
북풍 아닌 안보 문제는 선거 영향 줄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피습 이후 보름 만에 복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잇따라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긴장 상황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복귀 첫날인 17일에 이어 19일에는 해외 전문가들의 '전쟁 우려' 가능성을 거론하며 경제 문제까지 연결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까지 비판했다. 총선을 80여 일 앞둔 상황에서 평화 지향 세력이라는 점을 부각해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재명의 단호한 메시지 "김정은, 도발할수록 고립"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미사일 도발을 당장 멈추라"라면서 "적대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어 "무모한 도발을 지속할수록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북한 주민들 고통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 김일성 주석 노력이 폄훼되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서 이 대표의 '우리'라는 표현을 문제 삼았지만, 김 위원장 비판에 방점이 찍힌 이 대표 발언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상당히 낯선 일로 받아들여졌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북한에 본때를 보이겠다면서 평화의 안전핀을 뽑아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에 대한 적대적 강경 대치로는 평화와 번영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복귀 첫날인 17일에도 한반도 정세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지금 북한이 남한을 주적이라고 표시하고 평화 통일이라고 하는 단어를 삭제하고 있다"며 "이제는 한번 싸워보겠다, 전쟁을 피하지 않겠다 선언하면서 국제사회가 동북아의 화약고가 되는 것 아니냐, 한반도의 전쟁을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정부·여당' 탓으로만 돌렸지만 이날은 북한까지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 2010년 지방선거 '평화' 프레임 승리

이 대표가 보름간의 공백을 깨고 복귀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강조한 것은 총선 정국에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이슈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안보 문제는 경제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최적의 이슈라는 분석이다. 실제 이 대표는 이날 "우리나라 증시가 연초부터 외국인들의 대량 매도 사태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면서 "온 국민이 민생 경제 위기로 고통받는데 안보 위기까지 겹쳐 국민들의 삶이 극도로 위축되고 위험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천안함 폭침 사건이 터진 2010년 6월 열린 5회 지방선거 때도 평화 프레임을 강조해 승리한 적이 있다. 당초 여당이 유리한 선거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선거 운동 기간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천안함 폭침 사건을 도발한 북한을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면서 역풍이 불었다.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도층을 중심으로 평화를 강조한 민주당에 표심이 쏠려 16곳의 시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은 여당이던 한나라당보다 1곳 많은 7곳에서 승리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우리 정부가 ‘즉강끝’(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으로 대응하면서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상황을 고려하면, 이 대표의 평화 프레임이 충분히 먹힐 수 있는 상황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북풍은 이제 통하지 않을 수 있으나 안보와 평화 문제는 처한 현실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충분히 선거의 변수가 될 수 있다"며 "복귀 직후 이 대표가 잇따라 한반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총선 전략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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