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2명 살해 후 냉장고 유기한 30대 친모… 검찰, 징역 15년 구형

입력
2024.0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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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된 살인, 출산 당시 양육 준비 전혀 안 해"

영아 2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수 년 간 냉장고에 보관해 온 혐의로 구속된 친모 A씨가 지난해 6월 30일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아 2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수 년 간 냉장고에 보관해 온 혐의로 구속된 친모 A씨가 지난해 6월 30일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자신이 낳은 아이 2명을 1년 간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수 년 동안 자택 냉장고에 숨겨 온 혐의로 구속 기소된 30대 친모에게 검찰이 징역 15년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18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황인성) 심리로 열린 30대 A씨의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 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숨진 아이 2명에 대한 부검 감정서와 병원기록, A씨의 범행 전후 태도 등을 종합해 ‘계획된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A씨가 출산할 당시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던 점도 고려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 자녀들이 세상에 태어나 삶의 기회조차 가져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게 했다”며 “더구나 살인의 증거를 숨기기 위해 자녀 시신을 냉장고에 4~5년간 숨겨 두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이날 최후 변론에서 “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며 “세 아이를 키우면서 경제적으로 허덕이고, 이 아이들(피해 아동들)조차 지킬 수 없다는 찰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아이들 모두에게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저질러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A씨는 2018년 11월 태어난 딸과 2019년 11월 출산한 아들을 각각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주거지 아파트 냉장고에 보관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딸은 집에서, 아들은 병원 인근 도로에서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시 A씨는 남편 B씨와 사이에서 12세 딸, 10세 아들, 8세 딸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는데, 또 아이를 낳게 되자 경제적으로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살해한 영아들의 출산 직후와 범행 직후 남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B씨는 아내의 범행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범행은 지난 해 5월 감사원이 보건복지부를 감사해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아 행방이 묘연한 아이 사례를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이후 영아 시신이 자택 냉장고에 숨겨진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으로 불렸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달 8일 열린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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