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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발 워낙 쎄서...." 철거하면 또 생기는 경주 문무대왕릉 굿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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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지정 사적이자 세계 유일 바다 위 수중왕릉으로 알려져 있는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릉 일대가 굿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주시는 무속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곳은 일찍부터 '기도발'이 잘 듣는 명당으로 손꼽혀 철거를 해도 금세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찾아간 경주시 문무대왕면 봉길리 문무대왕릉 인근 해변.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바다 위 큰 바위인 왕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하지만 문무대왕릉을 마주 보며 백사장을 따라 늘어선 식당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횟집 7, 8곳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안에서는 하나같이 소복 차림에 고깔을 쓴 무속인들이 제사상을 차려놓고 장구와 꽹과리를 치며 굿을 하고 있었다. 가게 외부에는 ‘굿당을 대여한다’거나 ‘방생고기를 판다’고 적힌 간판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방생고기는 용왕님으로 불리는 문무대왕에게 제물로 주기 위해 바다에 던지는 활어다.
회식당들은 본래 관광객을 상대로 음식을 팔았으나 10여 년 전부터 장사가 잘 되지 않자 무속인들에게 돈을 받고 굿당을 빌려주는 영업을 시작했다. 횟집들이 하나둘씩 굿당으로 바뀌어 식당영업이 어려운 분위기가 되자 다른 가게들도 굿당 대여에 뛰어들었다. 해변가 입구 한 횟집 사장은 “손님이 없으니 할 수 없이 굿당으로 빌려주고 있다”며 “고기도 안 팔리니까 방생고기로라도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변가 도로를 따라 소나무 숲이 울창한 700여m 구간에도 텐트와 비닐하우스 20~30개가 캠핑장처럼 들어서 있었다. 모두 무속인들이 설치한 굿당이었다. 해변에서도 굿판이 펼쳐졌다. 무속인들은 돗자리를 깔고는 음식을 올려놓고 문무대왕릉을 향해 연신 절을 했다. '사적지 내 무속행위 금지'라는 안내판은 있으나 마나였다.
관광객들의 얼굴엔 당황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방학을 맞아 자녀와 역사공부 겸 찾았다는 김모(40·서울 성북구 월곡동)씨는 “안내판이나 관광객들이 앉아 쉴 만한 곳은 없고, 해변에서는 제사상을 차려놓고 굿을 하고 있어 공포감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문화재 관리에 소홀하다는 비판에 경주시는 상시 단속을 펼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문화재 보호법(99조)에 따르면 지정 문화재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무허가 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난 2020년 8월 경주시는 포클레인 등 건설 중장비를 동원해 비닐하우스 형태의 굿당 30여 곳을 철거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자리에 금세 굿당들이 들어섰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문무대왕릉 인근에 대규모 역사관을 세울 계획인 경주시는 굿당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왜 철거를 하지 않느냐"는 민원이 쇄도하지만, 큰 충돌이 우려돼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3년 전 중장비를 동원했을 때 무속인들이 흉기를 들고 저항했을 정도로 반발이 심했다”며 “주변 정비가 돼야 성역화 사업을 본격 추진하는데 굿당을 없앨 수가 없어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무속인들은 경주시가 '철거'라는 극단적인 방법만 고집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매년 문무대왕 추모 용황제를 열고 있는 신라문무대왕대제보존회 유인형 이사장은 “왕릉 주변에는 몸이 아프거나 막다른 상황에 처해 기도하러 온 사람들도 많은데 왜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주시가 외면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용범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는 “경주시와 무속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관광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공간 마련 등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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