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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바꾼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전국 2인자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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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활성화는 뿌리기업의 도약에서 시작됩니다.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고군분투하는 전국의 뿌리기업 얘기들을 전합니다.
36년 역사의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이 이달 초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라는 문패를 새로 달았다. 1988년 개장한 도매시장의 관리 주체가 지자체 직영 사업소에서 지방공사로 바뀐 것이다. 전국 첫 사례다.
대구 북구 매천동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지난해 거래액은 약 1조2,400억 원. 전국 34개 공영도매시장 중 서울 가락·강서도매시장에 이어 세 번째다. 잘나가는 도매시장이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국 농수산물 수급과 가격 안정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대구시 직영 체제 아래에서는 공무원의 잦은 순환 전보로 전문적 관리 운영에 한계가 있었다. 또 주차장과 상가 관리를 공공시설관리공단이 맡으면서 효율성도 떨어졌다.
공영도매시장 1, 2위인 가락과 강서, 4위인 구리도매시장이 출범 당시부터 지방공사 체제로 운영된 것과 비교해 대구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지난 5일 1년여간의 준비 끝에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을 관리하는 지방공사를 발족했다. 공사는 대구시의 현금 20억 원과 현물 4,479억 원 등 4,499억 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됐다. 68명 정원이지만 42명이 초창기 멤버로 뛰고 있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농수산물 및 식품의 원활한 유통과 적정한 가격 유지, 시민생활 안정은 공사의 새로운 모토다. 구체적으로 도매시장 관리 및 운영, 5개 농산법인과 8개 수산법인 및 중도매인 지도감독,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해 공사를 영남 내륙권 농수산물 유통 생태계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구 하면 서문시장만 아는데, 농수산물도매시장도 있다는 사실을 전국이 알도록 만들겠습니다." 김상덕(53)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 초대 사장의 첫마디다. "정치인들이 서울에서는 가락동 도매시장만 찾으면서 대구 오면 왜 서문시장만 가는지 모르겠다"는 부연설명에는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결기가 담겨 있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유통본부장과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출신인 그의 목표는 공영도매시장 2위 자리다. 그는 "가락도매시장의 매출은 대구의 4배 규모지만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은 1조3,000여억 원 규모로, 조금만 분발하면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며 "수익성이 높아지면 사회환원 규모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도매시장의 규모가 커지면 농수산물 원산지의 출하품이 가락시장을 거쳐 내려오는 시스템 대신 원산지에서 대구로 오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사 전환으로 도매시장의 운신의 폭은 한결 넓어졌다. 유통환경 변화에 발맞춘 자체 사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먼저 공사는 도매시장의 체질을 '미래형'으로 바꿀 예정이다. 온 세상이 온라인거래를 하고 있는데 도매시장만 아침에 문 열고 저녁에 자물쇠 채우는 방식으로는 경쟁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신선도가 생명인 농수산물을 24시간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값싸게 온라인으로 사고파는 'e-마켓 플레이스'를 열겠다는 것이다. 전국의 고객이 언제 어디에서나 휴대폰을 통해 원하는 농수산물을 구입하면 돈과 시간을 모두 아끼면서 원산지의 과일과 야채, 생선 등을 신선하게 맛보게 되는 것이다.
김 사장은 도매시장의 디지털화를 위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로봇기술을 시장에 접목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과거에도 여러 공영도매시장이 온라인거래를 추진했으나 고객이 직접 물건을 살펴볼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실패했다"며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농수산물을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상품의 표준화와 등급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공사는 또 학생들 밥상 위에 친환경 농수산물을 차릴 계획도 갖고 있다. 학교급식에 신선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로컬푸드 공공급식 지원사업'을 통해서다. 대구약령시의 한약재도매시장도 공사의 관할권 안에 있어 '한약재 도소매 활성화 사업'을 통한 약령시 부활도 추진하고 있다.
21세기형 첨단도매시장 조성을 위한 이전사업도 공사의 현안이다. 대구시는 2031년까지 북구에서 달성군 하빈면 대평리 27만8,026㎡ 부지로 도매시장을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칠곡물류IC에서 남쪽으로 3㎞ 정도 떨어진 이곳은 교통 인프라가 뛰어나고 확장 가능성도 큰 곳이다. 시는 지난해 3월 도매시장 이전 예정지와 주변지역 등 69만2,212㎡에 대해 5년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해 땅값 상승과 부동산 투기 단속에 나섰다. 김상덕 사장은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이 농수산물 원산지와 가까운 장점을 살려 최고의 공영도매시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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