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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잔 이상 술 마시면?...알코올 대사 능력 낮을수록 심방세동 위험 높아

입력
2024.01.1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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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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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에 관계없이 하루 평균 4잔 이상(알코올 30g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은 알코올 대사 능력이 낮을수록 ‘심방세동(心房細動·atrial fibrillation)’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세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오세일 교수와 박찬순 임상강사 연구팀이 지난 2006~2010년 영국 바이오뱅크 코호트에 등록된 40여만 명을 대상으로 알코올 대사 능력 및 하루 평균 음주량에 따른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분석한 결과다.

심방세동은 부정맥(不整脈ㆍarrhythmia)’의 일종으로, 심장박동이 갑자기 분당 300회 이상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는 것을 말한다. 심방세동 자체는 돌연사를 일으키지 않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혈전으로 뇌혈관을 막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으로 악화할 수 있어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하다.

심방세동의 주요 증상은 두근거림, 흉부 불편감이며 심하면 어지러움과 호흡곤란을 동반한다.

심방세동 위험이 흡연·비만·운동 부족 등 건강하지 않은 생활 습관으로 인해 높아진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반면, 음주와 심방세동 위험의 상관관계는 명확히 알려진 바 없다.

연구팀은 사람마다 유전적으로 다른 ‘알코올 대사 능력’이 실제 음주량에 따른 심방세동 발생 위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후 심방세동 병력이 없는 39만9,329명을 일평균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비음주자(0g) △경-중등도 음주자(30g 이하, 4잔 미만) △과음자(30g 이라, 4잔 이상)로 구분했다.

이어 ‘알코올 대사 능력’을 정량적으로 표현한 다유전자 위험 점수에 따라 각 집단을 △낮음 △보통 △높음군으로 다시 구분한 뒤 심방세동이 새로 발생할 위험을 약 12년간 추적했다.

그 결과, ‘알코올 대사 능력 낮은 과음자’ 그룹의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가장 컸다.

또 알코올 대사 능력에 따라 음주량과 심방세동 발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과음자는 알코올 대사 능력이 높아질수록 심방세동 위험이 감소한 반면, 경-중등도 음주자와 비음주자에서는 이와 같은 양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즉 알코올 대사 능력은 동일한 음주량에서 심방세동에 더 취약한 사람을 식별하는데 도움이 되며, 진료 현장에서 금주를 적극적으로 권고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한편, 알코올 대사 능력과 관계없이 음주량과 심방세동 위험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일평균 알코올 8g(주종에 관계없이 약 1잔)을 더 섭취할 때마다 심방세동 위험도도 1%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세일 교수는 “사람마다 동일한 음주를 해도 심방세동 위험은 다르기에 알코올 대사 능력이 낮아 심방세동에 취약한 사람은 적극적으로 금주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BMC 메디신(BMC Medicine)’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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