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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과 방패의 무한 군비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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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은 구소련과 맺었던 탄도탄요격미사일(ABM)조약에서 2002년 6월 공식 탈퇴했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은 그 명분으로 9·11테러까지 끌어들였지만, 군비경쟁 우위와 미사일방어체계(MD) 구축 자신감이 배경이다. 부시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반(反)클린턴 정책의 하나로 ABM조약 파기를 공약했고, 공식 탈퇴 6개월 전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사전 통보했다. 국제사회와 유럽 동맹국의 우려는 아랑곳하지 않은 미국 일방주의의 대표적 사례다.
□국토 전체를 방어하는 미사일 방공망을 금지하는 내용의 ABM조약은 냉전 시기인 1972년 6월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과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군비통제 체제다. 핵폭탄에 이어 투발 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되자 상호확증파괴를 통한 전쟁억지와 핵군축에 대한 두 강대국의 이해가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ABM조약 파기로 군비경쟁의 빗장이 활짝 풀리게 됐다.
□미국의 ABM 탈퇴 문제는 우리에게도 큰 불똥이 튀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2월 한러정상선언에서 ABM조약은 “전략적 안정의 초석”이라는 문구가 들어가면서 미국의 분노를 샀다. 동맹국이 아니라 러시아 편을 드느냐는 항의다. 이로 인해 장·차관이 경질될 정도로 외교부는 풍비박산이 났다. 그러나 미국의 ABM 탈퇴는 군비의 무한경쟁뿐만 아니라 군사적 불안정성을 높인 패착이나 다름없다.
□러시아와 중국은 2018년 이후 고속과 저고도, 변칙기동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성공, 패트리엇이나 사드 방공망으로 구축된 요격시스템을 뚫을 수 있게 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그 31기를 이용한 공대지 극초음속 미사일(킨잘)을 실전 사용하기도 했다. 최근엔 북한이 마하 10 속도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성공을 자축하면서 우리 방공망에도 비상이 걸렸다. 극초음속 미사일에 맞서 미국은 감시위성을 통한 우주 기반의 탐지 체계(HBTSS) 가동을 서두르는 실정이라 창과 방패 싸움은 우주전쟁으로 확대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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