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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주차증? 그냥 프린트해 써요"... 근절 안 되는 '얌체주차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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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4월 인터넷에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주차표지’를 검색해 이미지 파일을 내려받았다. 그러고선 파일을 컬러잉크로 인쇄한 후 본인 소유 외제차 번호와 발급일자 등을 적어 넣었다. 아내 B씨에게도 “급하면 쓰라”며 위조 표지를 건넸다. 그로부터 3개월 후 B씨는 문제의 표지를 운전석 앞 유리창에 부착한 채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했다가 적발됐다. 적발 기관의 고발로 A씨는 재판을 받게 됐고, 1심 법원은 그해 12월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장애인이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여러 편의조치가 도입됐다. 전용 주차구역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일반구역보다 자주 비워진 틈을 타 각종 편법을 동원한 ‘얌체주차족’ 탓에 제도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 표지 악용 수법 역시 갈수록 교묘해져 안 그래도 일손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 직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장애인 구역 불법주차와 관련한 민원은 폭증하고 있다. 18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45만9,116건이던 불법주차 신고는 2021년 125만1,028건, 지난해엔 162만7,195건으로 늘었다. 감염병이 맹위를 떨친 2022년(84만 건대)을 제외하곤 급증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일주일에 10건은 꾸준히 신고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손 놓고 있던 것도 아니다. 서울 각 구청은 양도, 도용, 위조 등 유효하지 않은 주차 표지를 부착한 얌체주차족을 잡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무인단속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차량이 진입하면 단속기가 차량 번호판을 인식해 장애인 구역에 주차가 가능한 차량인지 확인하는 식이다. 허용되지 않은 차량이 적발되면 경광등이 켜지고 안내 음성이 나와 자진 출차를 유도한다.
그러나 정교해진 단속 못지않게 불법주차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A씨 사례처럼 장애인용 표지를 불법 인쇄해 쓰는 건 예사다. 지인 명의 표지를 빌려 사용하거나 가짜 표지를 물건으로 반쯤 가려 차량번호, 위조방지 홀로그램이 보이지 않게 하는 등 '꼼수'가 판친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또 다른 구청 직원은 “실제 장애인 차량번호와 동일한 번호가 적혀 있는 등 육안으로는 진위 여부를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고 토로했다.
처벌이 약한 것도 장애인 구역 불법주차가 근절되지 않는 주요 원인이다. 표지를 부당 사용하더라도 단속 주체가 수사기관에 별도 고발하지 않으면, 기껏해야 구청이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해 부과하는 과태료 200만 원이 고작이다. 형사 처벌은 별개다. 이조차도 단속기관이 운전자를 고발하기엔 건수도 많고 처리 과정이 복잡해 실제 수사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공익 사건을 다수 맡은 최정규 변호사는 “주차 표지 같은 공문서 위조는 원칙적으로 공무원이 고발해야 한다”며 “경찰이나 검찰이 직접 위조 사실을 인지해 수사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표지 위조는 사회적 약자의 기본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 범죄인 만큼 제재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위조는 신분 절도 측면이 있는 데다 장애인 권리를 빼앗는 행위”라며 “범행으로 얻는 이익보다 감수해야 할 비용, 즉 엄중한 처벌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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