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은 어쩌나'... 금투세 폐지, 증권거래세도 인하

입력
2024.01.17 20:00
수정
2024.01.18 09:4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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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세제 지원,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주식 관련 세수만 매년 4조 원 감소 예상
"조세체계 전반적 검토 없는 정책"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네 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참석자들과 토론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네 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참석자들과 토론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정부가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재확인하고, 증권거래세마저 예정대로 인하하기로 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지원 확대,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까지 합하면 연간 4조 원을 웃도는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총선을 의식해 재정 부담에 대한 고려 없이 또 감세 정책만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 방안' 민생토론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는 결국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며 "금융상품 시장의 세제가 합리적으로 잘돼 있는 나라와 비교해 우리가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면 당연히 우리 시장의 물이 마르게 돼 있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금융투자로 소득이 생겼을 때 세금을 물리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채권·펀드 등에서 얻은 총수익이 연간 5,000만 원을 넘으면, 소득의 20%(3억 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이 뼈대다. 여야는 금투세 도입을 조건으로 증권거래세 인하에 합의했다. '소득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조세 원칙을 명확히 하고, 거래세는 점진적으로 줄여 거래를 늘리겠다는 뜻이 담겼다. 부자 증세, 서민 감세의 효과도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 시행 예정이던 금투세를 폐지하고, 증권거래세 인하도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금투세는 2022년 말 기준 국내 주식 투자자 1,440만 명 중 15만 명(1.04%)에만 해당되는데, 증권거래세는 국내 주식을 거래하는 모든 투자자에게 적용된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금융 관련 조세 전반을 점검하면서, 증권거래세 인하 조치 유예 등은 언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0.20%로 낮춰진 데 이어 올해 0.18%, 내년 0.15%로 인하된다. 국내 증권거래세(농어촌특별세 제외) 세수는 △2020년 8조8,000억 원 △2021년 10조3,000억 원 △2022년 6조3,000억 원이었다.

문제는 정부가 감세 기조를 공고히 하면서도 곳간을 채울 대책은 함께 내놓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금투세 폐지로 연간 약 1조5,000억 원, 이날 함께 발표한 ISA 세제 지원 확대로 2,000억~3,000억 원의 세수 감소를 예상했다. 앞서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에 증권거래세 추가 인하까지 포함하면 주식과 관련한 세수만 매년 4조 원 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는 증권거래세 인하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10조1,491억 원의 세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수 측면이 아닌 자본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고려했다"며 "이는 숫자로 추산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금을 낮춰 주식 투자 유인을 늘리면 거래가 증가해 장기적으로 세수도 늘 것이라는 기대가 전부인 셈이다.

재정 부담에 대한 고려는 물론, 조세 체계 전반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발표는 주식 관련 세금을 전반적으로 걷지 않겠다는 것인데, 자본이득과 관련한 조세 체계 전반에 대해 검토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경기가 좋아져 기업의 법인세가 더 걷힐 수 있고, 주식 거래가 늘어 세수가 더 걷힐 것이라는 것은 정부의 낙관적 전망"이라고 말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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