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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만 노래한 정국·제니"...K팝은 세 넓혔지만 '한국어 노래' 파워는 줄었다

입력
2024.01.18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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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서 K팝 음원 소비는 약 40% 늘었는데
인기곡 1만 곡 중 한국어 노래 비중은 0.8%P 감소
① K팝 간판 아이돌 영어로만 노래 발표
② BGM 같은 음악 제작 풍토 변화 원인

영어곡 '세븐'으로 지난해 미국 빌보드 정상에 오른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 빅히트뮤직 제공

영어곡 '세븐'으로 지난해 미국 빌보드 정상에 오른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 빅히트뮤직 제공

K팝이 세계에서 세를 넓히고 있는 것과 달리 해외에서 사랑받은 한국어 노래 비율은 최근 1년 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팝은 인기인데 가사가 한국어인 노래의 영향력은 떨어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영어 가요' 증가와 맞물려 발생했다. 북미 시장 공략 등을 이유로 K팝 간판 아이돌들이 지난해 잇따라 노래를 영어로만 발표한 데 따른 여파로 분석된다. 제작 방식의 변화로 K팝의 강점으로 꼽힌 서사가 약화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서도 '한국어 노래' 파급력 정체

세계 음악 시장을 분석하는 업체 루미네이트가 최근 발표한 '2023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50여 개국 음원 플랫폼 등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상위 1만 곡 중 한국어 노래 비중은 2.4%로 2022년 3.2%보다 0.8%포인트 감소했다. 한국어 노래의 파급력은 미국에서도 정체됐다. 지난해 미국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1만 곡 중 한국어 노래 비중은 0.7%로 전년도와 같았다.

같은 업체가 앞서 낸 'K팝 글로벌 지배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10월 기준 세계 음악 시장에서 K팝 음원 소비는 전년도보다 약 40% 급증했다. 해외에서 K팝은 더 많이 울려 퍼졌는데 인기곡 순위에서 한국어 노래의 영향력이 떨어진 것은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과 블랙핑크 멤버인 제니 등 K팝 간판 아이돌들이 지난해 솔로곡을 모두 영어로만 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중소기획사 아이돌그룹의 기적'이라 불리며 북미를 강타한 피프티피프티의 노래도 '큐피드' 영어 버전이었다. 한국 가수가 부른 영어 가요가 득세한 것이다.

실제 요즘 K팝 아이돌그룹 노래에서 한국어는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멜론 등 국내 8개 플랫폼에서 지난해 1~6월 디지털 차트 톱400에 오른 여성 아이돌그룹 노래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41.3%로, 2018년 동기 대비 18.9%포인트 늘었다(써클차트 집계). 영어 가요의 증가는 K팝의 아시아 시장 미래가 밝지 않다는 위기의식 탓에 국내 기획사들이 영어 곡으로 영·미권 시장 적극 공략으로 태세를 전환하면서 이뤄졌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틱톡 등에서 음악이 BGM처럼 소비돼야 인기를 얻는 방식이 주목받으면서 K팝 노랫말을 영어로 만들어 음표처럼 활용하는 제작 방식의 유행도 영어 가요가 늘어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솔로곡 '유 앤 미'를 영어 가사로 낸 그룹 블랙핑크 제니. KBS 제공

솔로곡 '유 앤 미'를 영어 가사로 낸 그룹 블랙핑크 제니. KBS 제공


세계 인기곡 영어 노래 비중 점점 주는데

K팝은 딜레마에 빠졌다. 영·미 문화의 대안으로 주목받은 K팝이 영어로 부르는 흔한 사랑 노래로만 발표되면 팬덤의 지지 기반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띵띵땅땅'이란 멜로디로 전 세계를 들썩인 베트남어 노래 '시 팅'과 스페인어 곡으로만 빌보드 차트를 석권한 베드 버니 등 세계 음악 시장에선 지역적 특징을 갖춘 음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영어화에 나선 K팝의 방향성이 피할 수 없는 세계화의 숙명이라고 봐야 할지는 의문"이라고 봤다. 50여 개국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상위 1만 곡 중 영어 노래의 비중은 지난해 54.9%로 2021년 67.0%와 비교해 10% 이상 줄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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