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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되면... 이스라엘 '국가'로 인정 가능"

입력
2024.01.17 08:09
수정
2024.01.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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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평화 청신호 불구, "대가는 비쌀 것"

파이살 빈파르한 알사우드(오른쪽)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이 16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4차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다보스=AP 연합뉴스

파이살 빈파르한 알사우드(오른쪽)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이 16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4차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다보스=AP 연합뉴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팔레스타인 분쟁이 해결된다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16일(현지시간) 내놨다. '세계의 화약고'라고까지 불리는 중동 지역의 평화 구축엔 긍정적 신호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 해결이 여전히 요원한 상태여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진단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스위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 토론에 참석한 파이살 빈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은 "(중동) 지역 평화에 이스라엘의 평화가 포함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이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통한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 후, 포괄적 합의 조건 중 하나로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자 "틀림없이(certainly)"라고 답했다.

지난해 미국 중재하에 진행되던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국교 정상화 논의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멈춘 상태다. 다만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수교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8일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만난 뒤 "사우디가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 수립에 여전히 관심 있다"고 밝혔다. 칼리드 빈반다르 영국 주재 사우디 대사 역시 9일 영국 BBC방송에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에) 분명히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관계 호전은 미국으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양국 수교는 중동 데탕트(긴장 완화)를 추구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외교 정책 핵심 목표 중 하나다. 특히 중동 내 최대 앙숙 사이였던 사우디와 이란이 지난해 3월 중국 중재로 관계 정상화 합의를 함에 따라, 미국은 '사우디-이스라엘 수교'를 이끌어내는 중재자가 되는 게 더 절실해졌다.

다만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미 CNN방송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사우디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대가로 요구할 '대가'는 가자지구 전쟁 이전보다도 많을 것"이라고 짚었다. 사우디 분석가인 알리 시하비는 "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 '두 국가 해법'의 기반을 만들기 위한 이스라엘의 구체적 조치가 조건이 될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두 국가 해법'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 국경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가를 각각 수립하는 방안이지만, 양측이 예루살렘을 자국 수도로 각각 주장하는 등 아직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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