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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강 부딪힌 남북 정상... 尹, 냉정하게 관계 주도하길

입력
2024.01.17 04:30
27면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조선중앙TV 화면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조선중앙TV 화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하고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협박한 데 이어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전쟁 시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편입시키는 문제"를 북 헌법에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할 것"도 강조했다.

북한이 상스러운 대남 용어들을 퍼붓는 건 새삼스러울 게 없다. 그러나 ‘최고 존엄’이 직접 나서 말폭탄을 연거푸 쏟아낸 건 무게가 다르다. 김 위원장 지시에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민족화해협의회 등 대남 기구들은 바로 폐지됐다.

무엇보다 남북한을 더 이상 ‘통일을 지향하는 하나의 민족’ ‘특수한 관계’로 보지 않고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재설정하려는 건 심상찮다.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그동안 남북관계의 기본 틀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을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운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까지 철거할 것을 지시, 조부와 부친의 유훈조차 버릴 가능성도 내비쳤다. 앞으로 새로운 남북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갈지에 대한 전략과 대책, 사회적 지혜와 공감을 한 데 모아야 할 때다.

윤석열 대통령도 16일 국무회의에서 북한을 향해 “스스로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 집단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의 서해 포 사격과 고체연료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발사 등에 따라 불안감이 커진 국민들을 안심시키려는 대통령의 의지와 각오를 보여주는 건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의 말폭탄과 도발에 매번 맞불을 놓는 식의 대응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 철저하게 대비하면서 엄중하게 경고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핵 협상을 위해 긴장을 계속 고조시키려는 북한의 의도도 간파해 냉정한 분석과 신중한 판단, 절제된 언행으로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게 때론 상책일 수도 있다. 북한에 맞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주도하는 남북관계를 새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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