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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잃은 당뇨 강아지.. 가족에겐 여전한 ‘욕심쟁이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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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는.. 처음에는 혈당 관리가 정말 잘 안됐던 친구예요. 2022년 10월에 처음 내원한 강아지인데, 정말 여러모로 관리하기 어려운 조건은 다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 정도였죠. 물론 지금도 혈당이 높은 편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많이 안정된 상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 성산동 우리동생동물병원 김희진 원장은 당뇨 관리를 받는 반려견 ‘돌배’(9ㆍ몰티즈)의 상태를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어려운 조건을 다 갖고 있다’고 말한 건 단순한 엄살이 아닙니다. 당뇨를 처음 발견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약 2년 반 동안, 돌배는 질병을 연이어 마주해야만 했습니다.
사람과 비슷하게 개·고양이도 당뇨에 걸리면, 담당 수의사는 꼭 ‘혈당 관리’를 신신당부합니다. 그것은 혈당이 조절되지 않아 찾아오는 합병증 때문입니다. 김 원장은 “흔히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 ‘당뇨발’1은 개들의 임상 경험상 많지 않지만, 당뇨성 백내장과 같은 안구 질환은 종종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당뇨성 백내장이 발생하면 결국 수술적 치료를 고민하게 되는데, 노령견인데다 당뇨까지 있는 만큼 마취 사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돌배 역시 이 당뇨성 백내장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돌배 보호자 박소영 씨는 “당뇨 진단을 받은 지 단 6개월 만에 눈에 이상이 생긴 걸 알았다”며 손쓸 새도 없이 병이 진행됐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돌배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 소영 씨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반려견을 키울 생각을 한 소영 씨 가족은 당시 과천 서울대공원에 위치한 입양센터를 찾았습니다. 입양센터를 찾자마자, 다른 반려견보다도 돌배가 가장 먼저 달려와 소영 씨와 가족들에게 연신 뽀뽀를 했었다고 하네요.
그 모습이 인상 깊은 까닭에, 소영 씨 가족은 자연스레 돌배의 사연도 전해 듣게 됐습니다. 2013년경, 돌배를 키우던 사람은 펫숍에 환불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돌배를 버렸다고 합니다. 버리게 된 이유를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짐작 가는 점은 있습니다. 돌배는 다른 몰티즈보다 몸집이 조금 큰 편입니다. 아주 드물지는 않지만, 7㎏ 중반의 몸집은 다른 몰티즈의 몸무게에 비해 2배가량 정도 되죠. 작은 몰티즈를 기대하고 키우던 이전 보호자가 환불을 요구하고 유기에 이른 것은 아닌가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다른 몰티즈와 조금 다른 우람(?)한 돌배의 몸집에 소영 씨 가족도 잠시 멈칫하긴 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나 돌배를 가족으로 데려오겠다는 생각이 바뀔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돌배가 저한테 달려오면서 꼬리를 흔드는 모습, 가족들 한 명 한 명에게 뽀뽀하는 모습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은 거예요. 몸집 큰 건 어느새 잊어버리고 ‘이 아이를 데려와야겠다’고 가족 의견이 통일된 거죠.
돌배는 처음 집에 입주한 순간에도 낯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하는 순간을 모두 함께 하려 할 정도로 사랑을 갈구했죠. 입양 초기 배변 공간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가족들의 인내심과 노력도 곧 극복됐습니다. 산책을 자주 나가며 실외배변을 병행하다 보니 어느새 자신의 배변 장소를 깨닫게 된 겁니다.
행복한 나날은 계속될 것 같았습니다. 소형견에게 잘 나타나는 슬개골 탈구로 인해 입양 1년만에 수술대에 올라야 했지만, 그 외에는 특별히 문제는 없었습니다.
호사다마라고 해야 할까요. 행복한 반려생활이 이어지던 도중, 질병이 한꺼번에 찾아왔습니다. 지난 2022년, 갑자기 돌배가 구토를 자주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구토 자체만으로는 질병을 의심하기 어려웠지만, 곧 돌배와 함께 떠날 가족여행을 앞두고 있던 가족들은 대비 차원에서 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검사 결과, 돌배의 비장에 종양이 발견됐습니다.
돌배의 비장종양 제거 수술이 끝난 뒤, 동물병원 수의사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가족들에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소연 씨는 그때 돌배의 투병이 더 길게 이어질 것을 직감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회복 치료를 계속하는데, 혈당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당뇨 같다고 말을 해줬죠. 나이 들어서 올 게 왔구나 생각하긴 했지만, 생활 방식이 확 바뀌어야 할 것 같다는 각오도 함께 했어요.
각오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꺼번에 모든 습관을 바꾸는 일은 힘들었습니다. 강아지 당뇨 관리는 집에서 주로 이뤄집니다. 그래서 보호자들도 당뇨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야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김희진 원장은 “당뇨 진단 초기 돌배는 체중이 5.85㎏까지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당뇨가 심해질 때는 체중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이때 살을 찌우겠다고 먹을 걸 많이 주면 혈당도 조절 못하고 체중도 더 심하게 떨어지는 악순환을 보호자들이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당뇨 합병증도 찾아왔습니다. 당뇨성 백내장은 발견 직후 진행 속도가 매우 빨랐습니다. 안방수(안구 내 체액)가 급격히 차올라 통증도 심했다고 합니다. 소영 씨는 “돌배는 머리 쓰다듬는 것을 좋아해 머리를 쓰다듬어주려 했는데, 돌배가 매우 아파하며 낑낑거렸다”며 당시 상태의 심각성을 설명했습니다. 결국 안방수를 주사기로 빼내는 시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가족들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돌배는 식탐이 강한 편입니다. 단순히 식사량을 줄였다가는 먹을 것을 찾아다니던 돌배가 아무거나 먹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소영 씨의 어머니가 묘안을 냈습니다.
돌배에게 밥을 직접 만들어주면 어떨까?
돌배 가족의 아이디어에 대해 김 원장은 “부피를 키우고 탄수화물 비중이 낮은 화식이라면 포만감을 채우면서도 혈당을 치솟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영 씨의 어머니는 그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돌배에게 화식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화식과 함께 급여할 당뇨 처방사료의 양도 정확히 계산해 돌배에게 주고 나니 혈당은 점점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난관은 많습니다. 주기적인 혈당 측정이 필요한데, 이게 쉽지 않았습니다. 김 원장은 “일반적으로 강아지는 고양이에 비해 혈당 모니터링이 편하지만, 돌배의 경우는 조금 예외”라며 지금의 안정적인 상황에 이른 것도 보호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아지들 중에는 몸에 작은 기계를 부착해 상시 혈당을 측정할 수 있지만, 돌배가 민감해 하며 패치를 떼어낸 까닭에 수십만 원어치 장비를 그대로 버린 적도 있을 정도죠. 병원 진단을 통해 3주 간격으로 혈당 조절 계획을 세우는 방법밖에 없는데, 보호자들은 이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병원을 꼬박꼬박 찾고 있다고 합니다.
당뇨라는 질병 특성상, 앞으로 보호자들은 매일 돌배의 혈당을 신경 쓰며 살아야 할 겁니다. 돌배 역시 매일 2회씩 캐닌슐린(반려견 전용 인슐린)을 주사로 맞아야 하는 걸 참아야겠죠. 이 지루한 일상 속 투병 과정을 2년째 맞이하면서도 보호자들의 마음은 아직 꺾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돌배가 처음 왔을 때, 우리 아버지는 ‘아기 예수가 왔다’고 할 정도로 예뻐하셨어요. 그때의 마음을 가족 모두가 아직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돌배가 마지막을 맞이할 때까지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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