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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 전성시대,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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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학입시에서 수능에 응시한 재수생의 비율은 31.7%로 28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학생수 감소로 대학충원율이 90%도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 생기는 현실에서도 대입을 향한 경쟁은 더욱 과열되고 있다. 최근 3년간 국립대 의대 합격자 중 80%가 재수생을 포함한 N수생이었다고 하며, 주요 명문대의 재수생 비율도 엄청나게 높다. 재수를 준비하는 사교육 시장은 점점 전문화되어 유명 재수학원은 한 달 비용이 300만 원에 이르는데도 많은 학생이 들어가지 못해서 아우성이라고 한다. 바야흐로 '재수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수능 최고점자의 인터뷰를 보니 명문 의대를 붙고도 1년 동안 재수학원에서 10㎏ 넘게 빠져가며 독하게 공부했다고 한다. 노력은 대단하지만 조금 더 서열 높은 대학을 향한 이 정도의 노력이 과연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의미가 있고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학의 생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대학 간 서열과 구별짓기는 강화되어 가는 느낌이다.
매년 대학에 들어오는 학생의 3분의 1가량이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입시에 재도전하는 것은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한국의 수능처럼 획일적인 시험 한 번으로 입시가 결정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아서 다시 대학입시에 도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를 쓰며 대학입시에 다시 도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 더 상위권 대학을 갔을 경우 누릴 수 있는 이득이 실제 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난해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최상위권 대학 졸업자들은 전 생애에 걸쳐 하위권 대학 졸업자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으며 그 격차가 50%까지 벌어지는 시기도 있다고 한다. 몇 해 더 공부해서 평생 소득을 확연히 올릴 수 있다면 그 기회를 위하여 몇 년을 더 투자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점점 아이들이 줄어들고, 대학이 소멸위기를 겪는 현실에서 대학 서열을 둘러싼 경쟁이 강화되는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학령기 아이들의 과도한 공부 부담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적 자원 낭비도 상당하다. 여러 분야에서 해법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처럼 대학의 서열이 공고한 사회에서는 입시를 향한 경쟁은 누그러지기 힘들 것 같다. 대학교육에 대한 평등한 투자와 대학의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적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학벌과 시험이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를 반성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많은 조직이 구성원의 능력을 평가하고 적절한 업무를 부여하고 교육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지 않고 정성평가에 대한 신뢰도도 낮다. 한국 사회는 객관적인 지표라고 보이는 시험과 학벌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며, 학벌의 위계와 경쟁적 시험은 공정함을 무기로 그것을 얻지 못한 사람을 배제하고 한정된 자원을 소수에 배분하는 기제로 작동해 왔다. 그러나 과연 한 사람이 십 대에 얻은 지식과 능력의 정도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미래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우리가 시험의 의미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지 않은지, 조직 관리의 부담을 시험과 학벌에 전가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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