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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왜 ‘이재명 습격범’을 공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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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흉기 피습 사건 피의자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9일 결정한 건 뜻밖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떠한 경우에도 이러한 폭력 행위를 용납해선 안 될 것”이라며 신속한 진상 파악을 지시했고,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경찰이 공개하리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피습 당시 피의자가 방송사 카메라에 생생하게 잡혀 범행 증거도 확실했다.
경찰의 비공개 결정만큼이나 뉴욕타임스(NYT)의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도 뜻밖이었다. NYT는 피의자 실명과 나이, 직업과 자택 위치 정보가 담긴 기사를 3일 내보냈다. 기사에 첨부된 영상엔 모자이크 처리 없이 피의자가 이 대표를 찌르는 모습도 그대로 들어갔다. 정확한 정보가 중대한 사건의 본질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추측된다. 자극적이더라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는 외신의 관행도 반영됐다.
경찰은 피의자가 직접 쓴 변명문(남기는 말) 원문과 당적 관련 정보도 일절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은 "이 대표가 대통령이 돼 나라가 좌파세력에 넘어가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짤막한 범행 동기를 밝히는 것으로 갈음했다. 주관적인 정치적 신념에 따른 극단적 범행이라는 게 경찰 수사의 결론이다.
경찰의 수사 결과는 대중에게 이번 범행을 설명하는 데 실패했다. 언론에 따르면 피의자는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한 60대 남성이다. 전과도 없다. 특별할 것 없는 그가 이 대표의 대통령 당선을 막고자 수십 명이 보는 앞에서 유력 정치인의 목을 흉기로 찌르는 게 납득할 만한 일이라면, 대한민국 60대 남성은 잠재적 범죄자로 전락하고 만다. 경찰은 그가 어떻게 왜곡된 정치 신념을 갖게 됐는지, 그의 행적이 어땠는지 소상히 밝혔어야 했다.
불충분한 정보는 ‘민주당 자작극’ ‘대통령 배후설’ 등 음모론에 불을 지폈다. 온라인상에는 피의자의 범행 동기와 배후, 경찰이 피의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온갖 허위정보와 음모가 난무했다. 정확한 정보가 없으니 검증되지 않은 의혹만 넘쳐난다. 사건의 본질은 멀어지고 사회적 혼란과 불신만 가중됐다.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은 또 있다. 이 대표가 피습된 후 지역 최고 권역외상센터를 운영 중인 부산대병원을 두고 응급 수술을 받기 위해 소방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한 결정이다. 위급했다면 부산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위급하지 않은데, 헬기를 타고 병원을 옮기는 건 특권이다. 가족이 원했다는 이유로 지역 의료 강화를 주장해온 야당 대표의 서울대병원행이 쉽게 납득된다면, 지역 의료 불신은 영원히 해결될 수 없다. 야당 대표의 표리부동은 정치 혐오만 부추겼다.
아니나 다를까, 민심은 윤 정부에 등을 돌렸고 이 대표를 동정하지 않았다. 1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 견제론’(51%)이 ‘정부 지원론’(35%)보다 16%포인트나 높았다.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대표의 부산·울산·경남 지지율은 21%로 이전보다 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3%로 15%포인트나 급등했다. 이 대표 퇴원 일성인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 같은 정치 종식”은 투명한 정보와 진심 어린 행동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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