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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 최대 변수는 '중동 맹주' 이란… 언제까지 뒷짐만 질까

입력
2024.01.12 19: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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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예멘 주권 침해"… 미·영 비난
이란 군사 개입 여부·대응 수위 관건

지난해 11월 29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팔레스타인 광장 바닥에 그려진 미국 성조기 위에서 한 남성이 신발을 닦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9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팔레스타인 광장 바닥에 그려진 미국 성조기 위에서 한 남성이 신발을 닦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미국과 영국이 12일(현지시간) '친(親)이란' 예멘 후티 반군을 전격 공격하면서 확전의 열쇠를 이란이 쥐게 됐다. 후티 반군, 헤즈볼라, 하마스 등 이른바 '저항의 축'을 이끄는 중동 맹주 이란이 맞불 대응할 경우, 중동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 다만 이란은 이번 공격을 '명백한 예멘 주권 침해'로 규정하면서도 직접적인 군사 보복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영 후티 반군 공격, 이란 자극할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과 영국이 예멘 여러 도시에서 저지른 군사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예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명백하게 침해했으며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앞서 후티 반군의 거점이 미국과 영국 등의 공격을 받은 지 수 시간 만에 나온 첫 반응이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도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은 가자지구에서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자) 적이 저지른 학살과 비극에서 미국이 '완전한 파트너'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도 이날 "미국과 영국은 이번 공격이 지역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이란 군사 개입 여부가 관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석 달 만에 미국이 후티 반군 응징에 직접 나서면서 확전 우려는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분 삼아 지난해 말부터 홍해에서 상선을 공격해왔다. 따라서 미국은 이번 공습이 "방어적 조치"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란을 자극해 확전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란 입장에서 보면 이번 폭격으로 중동 전역 군사 갈등에 직접 개입할 명분이 커졌다.

향후 이란의 군사 개입 여부와 대응 수위에 따라 미국과 이란 간 '대리전'이 현실화할 수 있다. 사실상 후티 반군 뒤에 이란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란이 후티 반군에게 홍해 운항 선박의 실시간 정보와 무인기(드론), 미사일 등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란이 미국 등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로 경제난과 민생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히잡 강제 착용 반대 시위 진압으로 민심 이반도 심해진 상태여서 전쟁 개입은 부담이라는 분석도 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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