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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 2500만원 포스코 이사회, 이러니 '거수기'일밖에

입력
2024.01.13 04:30
19면

소방대원들이 지난달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포항남부소방서 제공

소방대원들이 지난달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포항남부소방서 제공

포스코홀딩스가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초호화 이사회를 열며 7억 원 가까운 경비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사내외 이사 12명과 임원 4명 등 16명의 1주일은 한 차례의 이사회와 대부분의 관광 일정으로 채워졌다. 총 식사비 1억 원 중엔 와인을 포함해 2,500만 원을 지불한 경우도 있었다. 두 차례 골프엔 1,000만 원, 50분간 전세 헬기를 타는 데엔 1억7,000만 원이 사용됐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뛰는 기업이 해외 이사회를 연 걸 나무랄 순 없다. 견문을 넓히고 해외 사업장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상식을 벗어난 과도한 경비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이 정도로 극진한 접대를 받으니 이사회가 형식적인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것 아니냔 목소리도 높다. 시민단체에선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두고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에 들어가는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로비가 이뤄진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포스코뿐 아니라 민영화한 기업이나 주인이 뚜렷하지 않은 금융사의 경우 현 경영진과 유착하기 쉬운 사외이사 중심의 CEO 선출 시스템은 셀프 연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사외이사가 현 경영진 이익만 대변하니 전체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도 적잖다.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도록 공정한 선임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포스코는 일제강점기 피해에 대한 배상 성격의 대일 청구권 자금이 투입된 포항제철소를 모태로 한 그룹이다. 한 푼도 허투루 써선 안 된다는 게 포스코인들의 태도와 사명감이었다. 초호화 해외 이사회는 이런 역사와 제철보국의 정신을 무색하게 한다. 경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업무상 배임과 불법 회계처리, 청탁금지법위반 여부 등을 엄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포스코 회장직을 마치 전리품으로 여기고 조직을 뒤흔드는 행태도 문제지만 경영진이 '자신들의 왕국'을 지키려고 회삿돈을 펑펑 써가며 안간힘을 쓰는 것도 꼴불견이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더 이상 국민과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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