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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 대한 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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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역사를 통틀어 사람들은 세상 무엇보다 아기들을 가장 사랑했다. 아기들은 갖고 싶은 목록의 가장 큰 우선순위였다. 그에 비해 강아지들은 액세서리에 불과했다. 그런데 요즘은 아기들이 옛날만큼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숙적은 강아지다.”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가. 아기를 사고파는 상품처럼 여기고, 게다가 강아지와 대체재(代替財)로 설정하다니.
□비유가 과하다고 여기는 분들이 있다면, 미국 할리우드의 상상력을 비난하시길 바란다. 앞선 내용은 2017년 한국에도 개봉됐던 할리우드 만화 ‘보스 베이비’의 한 장면이다. 아기보다 강아지 키우는 가정이 급증하자, 아기 공급회사에서 위장 파견된 요원(보스 베이비)이 부하들에게 엄중한 시장 상황을 설명하며 쏟아낸 말이다. 다만 인간 아기가 반려동물과 경쟁하는 억지 상황이 초저출산율의 우리와 크게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3분기 유모차ㆍ개모차 합계 판매량 중 개모차 비중이 57%로 유모차(43%)를 압도했다.
□경제학에는 ‘외부효과’라는 개념이 있다. 누군가의 경제활동이 제3자에게 편익이나 비용을 제공하거나 초래하지만, 그에 대해 대가가 지불되지 않는 경우다. 아름다운 음악처럼 편익을 주면 ‘외부경제’, 소음공해 비용을 초래하면 ‘외부 불경제’로 분류한다. 외부효과에 대응하는 대표 방법은 세금이다. 외부경제 행위는 세제 혜택으로 장려하고, 외부 불경제 성격이 짙은 행위에는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억제하는 게 경제학의 기초 이론이다.
□굳이 따진다면, 아기를 낳는 출산은 명백한 외부경제다.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행위다. 다양한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아기의 대체재로 묘사된 반려동물도 장려돼야 할까. 친자식처럼 대하는 분들은 인정하기 어렵지만, 제3자에게 반려동물은 외부 불경제 성격이 강하다. 많은 선진국이 반려동물에 대해 과세하는 이유다. 우리 농림축산식품부도 반려동물 보유세 필요성을 제기하더니,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전면 과세가 어렵다면, 젊은 독신남녀의 반려동물부터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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