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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 불출마의 변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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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 세계 인구 80억 중 30~40%가 투표장에 가게 된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선거정치가 세계를 흔들 이 끔찍함에 해외 싱크탱크는 ‘볼드모트의 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도널드 트럼프의 재림을 기다리는 듯한 미국 대선은 이제 ‘전쟁’으로 불리며 전 세계에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그가 3월 5일 슈퍼 화요일에 공화당 대선 후보를 굳힌다면 4월 총선에 미국풍(風)까지 불 것이다. 우리의 경우 위기가 아닌 때가 없었고, 이를 극복하고 해결할 정치마저 위기에 빠진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해리포터’의 최고 악당이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라면 어느 때보다 혼란을 막을 가드레일이 절실하다. 그런데도 이를 책임진 정치의 움직임은 여전히 안타까움의 연속이다.
정치 실패를 보여주는 최근 장면은 무엇보다 정치 1회전을 치른 초선 의원 5명의 불출마 선언이다. 사람들은 세상을 바꿔보자는 포부를 가지고 정치에 뛰어든다. 그렇게 다른 이들 손을 잡아주고 미래를 응시하며 열정 하나로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이다. 정치인을 아름다운 멍에를 짊어진 사람이라 하고, 정치를 허업, 중업으로 부르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세상의 알파 같던 초선들은 열정이 식어버렸다며 짊어진 역경을 내려놓고 있다. 배지 한 번 더 달겠다고 철새가 되거나, 권력에 줄 서느라 바쁜 현실에서 소신행보이긴 하나 씁쓸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지금까지 불출마를 선언한 초선 의원은 민주당 이탄희 홍성국 강민정 오영환, 국민의힘 김웅까지 5명이다. 총선 인재로 영입돼 안팎 쓴소리 의정으로 주목받은 공통점이 있다. 그 외침은 하나같이 양당 체제와 진영 논리의 견고한 기득권에 묻혔을 것이다. 이들이 밝힌 불출마의 변도 당리에 휘둘린 21대 국회에 대한 반성이자 성찰적 회고였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기시감이 있을뿐더러 총선을 앞두고 반복되는 현상이다. 4년 전 불출마를 선언한 인재급 정치인들 역시 20대 국회에 대한 좌절을 이유로 댔다. 그래서 현실 정치에 대한 실망이 새롭지 않은 데다, 이제야 문제를 토로하는 것도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다.
정치인 태반이 책임지지 않는 풍토에서 이들의 순결함과 개혁성을 의심할 일은 아니다. 정치 퇴행에 누구 하나쯤 좌절감을 토로하는 모습은 나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뼉 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평가할 수는 없다.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분명한 사실은 희생적 도전도, 결실도 내지 않고 정치를 떠나는 것은 또 다른 무책임일 뿐이란 점이다. 조정래 작가는 연초 언론 인터뷰에서 "그 나라가 사람 사는 나라가 맞느냐"고 물었다. 그 나라는 자살 이혼 노인빈곤율 세계 1위, 그리고 출산율, 국민행복도는 세계 꼴찌인 우리 현실이다. 여든을 넘은 노작가도 다섯 가지 현실을 고치려면 정치가 제대로 되어야 한다고 외치는데 정작 초선 인재들이 현실의 벽을 탓하며 외면한다면 어찌 이해할 수 있겠나. 올드보이들의 복귀와 마찬가지로 의지 꺾인 초선의 퇴장 역시 정상적인 장면은 아니다.
이들이 남긴 불출마의 변을 정반대로 해석하면, 정치인이라면 우선 정치 의지가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정치는 두 거대 정당의 정치적 담합 체계다. 윤석열 정부 심판이 민주당 지지이고, 586 청산이 국민의힘 지지로 귀결되는 정치 구조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 좌절해 정치인마저 외면해 버린다면 더 나쁜 정치가 될 뿐이다. 강민정 의원은 "왜 꼭 나여야 하는지, 4년간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를 꼭 다시 물어보라"고 했다. 이번에 정치 결심을 세우고 있는 영입 인재들이라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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