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고양이와 관계를 개선하는 법

입력
2024.01.11 17:28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고양이 둘과 살고 있는 집사입니다.

저희 집은 엄마, 아빠, 저, 동생, 고양이 둘로 총 여섯이서 살고 있는데요. 올해부터 저희 동생이 학교 때문에 기숙사에 살게 되었고, 본가에는 3개월에 한번꼴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 탓인지 동생이 집에 오면 고양이들은 하악질을 합니다. 동생과 고양이들이 함께 지낸 시간이 2~3년 정도인데, 집을 3개월 비웠다고 동생에게만 하악질을 합니다ㅠㅠ (그새 동생을 까먹은 걸까요? 원래 동생과 고양이들의 사이는 가끔 놀아주고 궁디팡팡 해주는 평범한 정도였습니다.) 동생이 방에 들어가면 방문 앞에 앉아서 ‘우우웅~’ 하는 소리를 내며 겁을 주기도 하고요, 동생이 코인사 하려고 손가락을 뻗으면 냄새맡고 바로 하악질에 냥펀치까지 날립니다;;

문제는 동생이 집에 2~3일씩 짧게만 있어서 익숙하게 만드는 시간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럴 경우 어쩔 수 없이 동생은 고양이들에게 외부인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할까요? 솔루션이 있을지 말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고양이 행동 전문가 수의사 김명철입니다. 화목한 가족과 함께 사는 고양이들이라니 정말 보기 좋습니다. 다만 기숙사 생활하기 시작한 동생분은 집에 돌아올 때마다 서운하실 것 같네요. 오랜 기간 정도 들었고 가족으로 생각했던 고양이들이 공격성을 보이면 많은 분들께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과연 고양이들은 동생분을 완전히 잊어버린 걸까요? 고양이의 입장에서 살펴보며 관계 완화 방법이 있을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외부인을 무서워 하는 고양이?

우선 사연에 대한 답을 드리기 전에 보호자분의 사연에서 얻은 힌트를 바탕으로 사연자분 고양이들의 성향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동생은 고양이들에게 외부인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할까요?’ 이렇게 질문을 주신 것을 보니 사연자분의 반려묘들은 낯선 방문객에 대한 사회성이 높은 편은 아닌 듯합니다. 방문객에게 상당히 방어적인 행동을 보이며 낯선 자극에 대해 겁이 많을 것 같은데요. 어린 시기에 어미 고양이와 떨어지게 되었거나, 수컷보단 암컷 고양이일수록 이런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화 시기를 제대로 겪지 못하거나, 성별과 같은 유전적 요소로 인해 방어적, 소극적인 성향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이런 고양이들은 약간의 위협 요소나 자극에도 높은 경계심을 표현하며 쉽게 불안감을 느낍니다. 결국 집에 오랜만에 방문한 동생분이 원래 알고 있던 사람이라는 것을 떠올리기도 전에 생존본능으로 경계심을 먼저 표현하게 되는 것이죠!

어린 시기에 어미 고양이와 떨어지게 되었거나, 암컷 고양이일수록 외부인에게 방어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린 시기에 어미 고양이와 떨어지게 되었거나, 암컷 고양이일수록 외부인에게 방어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고양이는 깊은 유대감을 가졌던 보호자의 목소리를 2-3년까지도 기억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사연자분의 고양이들은 동생분을 완전히 잊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집에 가끔 방문하는 동생분의 낯선 냄새가 익숙치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고양이들은 후각적 요소를 통해 상대를 파악하는 동물입니다. 동물 병원에 내원한 고양이들이 수의사 몸에서 나는 특유의 소독약 냄새를 맡고 흥분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죠. 게다가 겨울철에는 부피가 큰 겉옷을 입기 때문에 매일 보는 보호자도 못 알아보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저희 집 첫째 고양이도 가끔 롱패딩 입은 저를 무서워합니다.)

고양이는 보호자의 목소리를 2-3년까지도 기억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는 보호자의 목소리를 2-3년까지도 기억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와의 관계 개선 방법?

그렇다면 고양이와 동생의 관계를 개선시키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동생이 고양이와 자주 만나지 못해 관계 개선 교육이 어렵다고 하셨는데요, 이 점은 틀림없는 핸디캡입니다. 고양이가 상대방을 익숙한 환경에서 인지해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일단 고양이가 동생분을 기억해 주길 바라는 것부터 포기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방문하여 문을 여는 그 순간, 고양이들은 위협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고양이 입장에서 동생분은 낯선 침입자에 가깝고, 이런 침입자가 자기에게 먼저 다가오는 것을 달가워하기 어려울 것 입니다.

사연자의 동생은 고양이에게 낯선 침입자이고, 위협이 되는 존재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사연자의 동생은 고양이에게 낯선 침입자이고, 위협이 되는 존재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렇기에 동생분이 집에 와서 고양이들에게 바로 다가가는 것보다는 방으로 들어가 밖에서 입고 왔던 옷을 모두 벗고, 원래 집의 냄새가 남아 있는 옷으로 갈아입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능하다면 집 방문 시에는 화장품도 가족이 쓰고 있는 것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옷을 갈아입은 후, 방문을 열었을 때 고양이들이 문 앞을 지키고 앉아 있다면 그 자리에 편하게 앉아주신 후, 간식을 고양이 앞에 던져 주세요! 손으로 직접 주려고 한다면 긴장감에 먹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던져주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이 정도 거리에서 간식을 잘 먹는다면 츄르와 같은 액상 간식을 손으로 직접 급여하는 것을 도전해 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에게 다가가려면 일단 방문을 닫고 옷부터 갈아입어 낯선 냄새를 풍기지 않도록 해야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에게 다가가려면 일단 방문을 닫고 옷부터 갈아입어 낯선 냄새를 풍기지 않도록 해야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심한 경계심을 보이는 고양이라면?

이 정도의 접근에도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고양이라면, 이때부터는 동생분의 방문 전 약물 사용이 필요합니다. 안정제는 낯선 동생을 천천히 파악하게 만들고, 안전하다고 판단내리는 시간적 여유를 벌어줄 것입니다. 동생 방문 2시간 전 투약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효과는 투약 후 2시간째부터 시작하여 약 3시간 정도 지속됩니다. 안정제 투약 후 동생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든 것이 확인된다면, 하루에 총 2회까지 약물을 사용하며 관계성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약효가 감소했을 때 고양이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유지된다면 동생이 떠나는 날까지 투약을 유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심한 경계심을 보인다면 약물 사용이 필요하다. 약효 감소 후 불안이 완화되지 않으면 동생이 떠나는 날까지 하루 2회 사용하면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심한 경계심을 보인다면 약물 사용이 필요하다. 약효 감소 후 불안이 완화되지 않으면 동생이 떠나는 날까지 하루 2회 사용하면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성향 자체가 불안과 겁이 많은 고양이들은 평소 교육도 중요한데요. 특히 생후 9주까지의 사회화 시기를 잘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 시기에 낯선 사람이 자주 방문하며 스킨십과 먹이 보상, 사냥놀이 등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낯선 이의 방문이 나에게 즐거운 일로 이어진다는 인지를 시켜줘야 하며 사회화 시기에 이루어지는 교육은 다른 시기에 교육을 하는 것보다 월등한 효과를 보입니다. 이는 전 생애 주기에 지속되는 습관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고양이는 생후 9주까지의 사회화 시기 때 낯선이의 방문에 익숙해지게 만들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는 생후 9주까지의 사회화 시기 때 낯선이의 방문에 익숙해지게 만들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만약 어떠한 이유로 이 시기에 교육이 진행되지 못했다면, 성묘가 되어버린 고양이에게 낯선 자극에 대한 불안감을 완화시켜주는 것은 다소 어려운 일입니다. 이때부터는 약물 사용과 같은 탈감작화나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으로 느끼게 하는 역조건화 교육보다도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위기감을 느꼈을 때 언제든 갈 수 있는 숨는 공간과 집 전체를 한 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사람 눈 높이 이상의 수직 공간이 필수적으로 제공되어야 합니다.

위험요소를 피할 수 있는 장소가 영역 내에 충분하다는 것만으로도 고양이는 자신감을 얻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위험요소를 피할 수 있는 장소가 영역 내에 충분하다는 것만으로도 고양이는 자신감을 얻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위험요소를 피할 수 있는 장소가 자기 영역 내에 충분하다는 것만으로도 고양이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신감이 충분히 생긴 상태에서 익숙한 사람이 초인종 소리를 들려준 후 간식 보상을 주는 초인종 교육을 자주 반복한다면 적어도 낯선이가 방문하기 전부터 겁에 질리는 모습은 많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고양이들의 성향을 바탕으로 보았을 때, 가끔 방문하는 동생분을 기억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겁이 많아서 조심할 뿐이라는 점도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말씀드린 솔루션들을 잘 진행하셔서 동생분이 고양이들에게 위협의 요소가 아닌 가족으로서 환영받을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김명철 VIP 동물의료센터 청담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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