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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찍은 한국인 수명, 웃을 수 없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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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 여성의 평균수명이 처음으로 90세를 넘어섰다. 남성도 86세를 돌파해 남녀 간 수명 차이 역시 5년 전보다 좁혀졌다. 최근 보험개발원의 ‘제10회 경험생명표 개정’ 결과, 남녀 평균수명이 각각 86.3세, 90.7세로 집계됐다. 경험생명표는 생명보험 가입자의 사망추이를 관찰해 5년마다 작성하는 지표다. 그러나 평균수명 증가는 이미 뉴스거리가 되기도 힘든 현상이 됐다.
□ 요즘 고령층은 스스로 과거의 노인처럼 인생 후반기를 보낼 생각이 없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선 소셜미디어로 연애하듯 접근해 금융사기를 치는 ‘로맨스 스캠’ 피해자의 상당수가 고령자라는 추정도 나왔다. 의욕과 달리 경계심을 담당하는 뇌기능 퇴화가 원인이라고 한다. 조 바이든(81)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 간 리턴 매치가 뚜렷해진 11월 미 대선도 상징적 장면이다. 부작용은 감수해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이 손주가 몇 명인지 헷갈리고, “연설 때 시선이 멍해 사고의 맥락을 잃어버린 듯하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 한국은 장수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17년부터 영국 과학계에선 2030년 한국이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건강보험제도와 의료기술 발달, 높은 수준의 교육과 어린이 영양을 비결로 꼽았다. ‘나는 건강하다’고 답한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가장 낮다는 조사도 인용된다. 건강염려증 탓에 병원방문 횟수가 많고,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에 적극적이란 것이다.
□ 정작 인구절벽 시대에 맞이하는 장수국가가 마냥 즐거울 일은 아니다. 지금 같은 저출생이 계속되면 생산인구가 부양해야 할 비중은 무섭게 늘어난다. 통계청이 지난 연말에 발표한 인구는 5,175만 명이지만 50년 후인 2072년 4,000만 명이 붕괴돼 3,622만 명 선으로 위축된다고 한다. 이때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65세 이상이라는 것이다. 지금 농촌에서 70대가 ‘마을청년’으로 통하고 “80~90대 어른들이 꼬마라며 청소를 시켜 경로당에 안 간다”는 풍경과도 차원이 다른 세상이다. 전쟁 폐허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당대에 이루고 10대 강국에 오른 마당에 후손이 소멸된다니. 이보다 안타까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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