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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민원 사주' 뭉개고... 야권위원 해촉 추진 옳은가

입력
2024.01.12 04:30
27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왼쪽)이 8일 오후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왼쪽)이 8일 오후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심의하기 위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파행이 점입가경이다. 류희림 위원장이 ‘민원 사주’ 논란에 휩싸인 데다 야권 추천위원이 욕설로 사퇴 압박을 하고, 여권 추천 위원들은 야권 위원들을 ‘해촉’하겠다고 나섰다. 민간독립기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여권 추천 위원 3명은 그제 야권 위원 2명을 해촉하는 내용의 비공개 안건을 제의했다. 전날인 9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한 위원이 류 위원장에게 종이 뭉치를 던지며 욕설을 했고, 다른 위원은 비공개 안건을 기자들에게 설명했다는 이유다. 야권 위원이 회의 석상에서 막말을 쏟아낸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원인은 덮어두고 야권 위원을 해촉해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것이라면 동의할 수 없다.

이번 파행은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에 대한 공익신고가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류 위원장이 작년 9월 가족과 지인을 대거 동원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이었다. 방심위는 제기된 민원 등을 근거로 심의를 벌여 4개 방송사에 총 1억2,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독립기구 수장이 정권에 비판적 보도를 한 언론사를 손보기 위해 가족과 지인들을 동원해 민원을 사주했다면 파면 감이다. 이 문제로 야권은 류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류 위원장은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이 중대범죄라며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해당 기관들은 모든 의혹의 진상을 신속하게 규명해야 한다. 류 위원장은 ‘민원 사주’ 안건을 비공개 심의로 돌리는 표결에 참여해 이해당사자 제척 위반 논란도 빚었다.

두 위원의 해촉을 논의할 회의는 오늘 비공개로 열린다. 현재 7명 위원 중 여권 위원이 과반(4명)이니 마음만 먹으면 통과시킬 수 있다. 대통령이 해촉을 재가하면 방심위는 새 위원 위촉 때까지 여권 4명, 야권 1명의 기형적 구조가 된다. 신뢰가 훼손된 이런 방심위라면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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