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용병' 김보용 "축구 선수도 유튜버도 나의 삶...이젠 K4리그에서 만나요~"

입력
2024.01.11 04:30
21면
구독

우즈벡→태국→K리그, 3년 만 부천FC K리그 복귀
"지난 6개월 부천 생활 두려움 컸지만 자신감 얻어"
우즈벡 시절 유튜버로..."경기나 잘해라" 쓴소리도
"유튜브 통해 좋은 사람들 만나 많은 기회 얻어"
1월 진주시민축구단 임대, 선수·공익 복무 병행

유튜브 채널 '우즈벡 용병'을 운영 중인 부천FC 소속 김보용이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 내 스튜디오에서 공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김예원 인턴기자

유튜브 채널 '우즈벡 용병'을 운영 중인 부천FC 소속 김보용이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 내 스튜디오에서 공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김예원 인턴기자

"언론사에 직접 와서 사진 촬영하는 건 처음이에요."

유튜브를 통해 '우즈벡 용병'으로 알려진 축구선수 김보용(26)은 인터뷰를 위해 언론사를 방문한 건 처음이다. 그만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K리그2 부천FC에 입단하면서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3년 전만 해도 촉망받는 유망주였던 그가 갖은 풍파를 겪고 다시 고국 무대로 돌아왔기 때문.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만난 김보용은 "3년 동안 해외생활을 하다가 K리그로 돌아올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며 "두려움과 걱정이 컸지만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부천에서의 지난 6개월을 돌아봤다.

김보용은 부천에서 측면과 중앙 공격수로 활약했다. 마치 황희찬(울버햄프턴)을 보듯 저돌적인 돌파와 침투 능력이 뛰어났고, 양발을 모두 쓰는 영리한 플레이로 상대 수비수를 괴롭혔다. 시즌 도중 부천에 합류했으나 적응 기간도 없이 빠르게 에이스로 거듭났다. 하지만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지난 시즌 부천에서 골을 만들지 못했다.

"골을 못 넣고 공격포인트도 없지만 저 스스로는 너무나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K리그에 처음 복귀해서 자신감에 꽉 차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갈수록 골이 안 터져서 위축되니까 시즌 막판에는 조금 힘들었어요. 태국에선 1대 1 상황에서 상대를 제치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조직력이 뛰어난 한국 축구에는 통하지 않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출전 기회도 많이 주셨는데 제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김보용이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 내 스튜디오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예원 인턴기자

김보용이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 내 스튜디오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예원 인턴기자


힘겨운 외국생활..."피와 살이 될 겁니다"

김보용은 3년 전 전남 드래곤즈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2020년 그 어렵다는 공개테스트에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전남과 계약을 맺었다. 전지훈련을 떠나 연습 경기 때 골을 많이 넣어 동료들로부터 "잘될 거다"라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가 문제였다. 연습 때만큼 실력이 나오지 않았고, 리그 첫 경기 데뷔전을 치르는 등 선발 출전도 했으나 골이 터지지 않아 기회를 잃어갔다. "K리그는 연습과 실전이 다르구나"를 뼈 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숭실대 졸업 후 3부리그 화성FC에 들어가 리그 우승까지 이끌었던 그였다. 하지만 전남에서의 생활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의 연속"이었다고. 그렇게 1년 만에 팀을 떠났다.

이후 우즈베키스탄의 FK투론예이판에 입단했으나 팀이 2022년 2부 리그로 강등되면서 말도 안 되는 힘든 생활이 시작됐다. 그는 "계약금도 없이 적은 월급이었지만 이 팀이 아니면 갈 데가 없었기 때문에 버텼다"고 했다. 당시 김보용은 유튜브를 통해 힘든 선수생활을 동영상에 담기 시작했다. 원정경기를 갈 때는 좁은 차량에 선수들이 다닥다닥 붙어 이동하고, 숙소도 열악해 여러 선수가 한 방에서 지내는 모습 등을 전했다. 짠한 그의 선수생활은 일부 축구팬들에겐 충격 그 자체였다. 한국의 7부리그보다 못한 환경은 김보용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여행유튜버 곽튜브(곽준빈)의 채널에도 소개되며 구독자 수도 늘었다. 6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김보용은 이때부터 말 그대로 '유튜버'가 됐다.

그해 여름 태국의 2부리그 치앙마이FC로 이적하면서 생활이 좀 나아졌다. 전남 시절 함께 뛰었던 임창균이 한솥밥을 먹으면서 든든한 힘이 됐다고. 경기에서도 임창균과 호흡을 맞추며 기량을 뽐냈고 8골 5도움으로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시련은 또 닥쳤다. 구단주가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포, 팀이 해체 위기에 몰려 선수생활이 끝날 뻔했다. 다행히 구단이 인수돼 경기에 뛸 수 있었다. 김보용은 "모든 힘든 경험이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정말 그렇게 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우즈벡과 태국에서의 경험들 때문에 제가 더 성장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힘든 상황을 이겨냈기 때문에 이렇게 돌아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유튜브 채널 '우즈벡 용병'을 운영하는 축구선수 김보용과 여행유튜버 곽튜브(곽준빈)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동영상 캡처

유튜브 채널 '우즈벡 용병'을 운영하는 축구선수 김보용과 여행유튜버 곽튜브(곽준빈)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동영상 캡처


유튜버의 삶도 나의 삶

김보용은 K리그에 복귀한 것이 "유튜브 덕분"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하지만 부천에 복귀해 경기에 뛰면서 유튜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도 많았다. "축구선수가 무슨 유튜브냐" "유튜브 찍지 말고 경기나 잘해라" 등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제가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 선수였다면 유튜브 안 합니다. 제 현실은 K리그2 선수고,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는 선수잖아요. 저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유튜브를 통해 스스로 개척한 겁니다. 그런 쓴소리 들으면 저도 많이 안타까워요. 하지만 유튜브 하면서 좋은 분들을 만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너무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보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래서 지난 시즌 막판에는 동영상 촬영을 하지 않았다. 1부리그 승격이 걸려있는 중요한 시점이라 이런저런 소리가 나올 수 있어서였다. 유튜버에게 2개월가량의 공백은 그야말로 독이다. 구독자가 끊어지면 채널을 유지할 수 없다. 대부분이 축구팬인 구독자들은 김보용의 공백을 이해했고 기다려줬다. 그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정말 힘이 된다. 인복(人福) 있다는 말도 유튜브 하면서 들었다"고 말했다.

김보용은 유튜버 활동하면서 곽준빈도 만났다. 이제는 방송계 스타가 된 곽준빈은 최근에도 자신의 회사 동료들과 김보용을 데리고 동남아 워크숍을 다녀온 영상을 올렸다. 김보용에게 '방구석 1열 팬'으로서 신랄한 조언을 해준다. 그는 부천에 시축하러 왔을 정도로 김보용에 진심인 팬이기도 하다.

K리그 복귀도 부천의 창단 멤버였던 정현민을 만나서다. 태국에서 사업을 하던 정현민은 김보용의 생활을 유튜브로 보고 K리그2 복귀를 도왔다. 정말 돈 한 푼 받지 않은 선행이었다. 김보용은 "태국리그에서 뛰는 임창균 유병수 형들, 그리고 정현민 형은 정말 인생의 은인 같은 분들"이라고 말할 정도다.

김보용은 올해 군입대를 한다. 선수시절 부상으로 4급 판정을 받은 그는 K4리그 진주시민축구단에 임대돼 선수생활을 병행,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게 됐다. 이달부터 진주시민축구단에서 뛸 예정이다. "앞으로 2년여간 군인 신분으로 축구하면서 유튜버 활동도 계속할 생각입니다. 이곳 생활을 생생하게 전달해 4부리그와 진주시민축구단에 대한 관심도 끌어보고 싶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웃음)."

강은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