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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적이다" "주적 아니다"...김정은 '주적' 발언 오락가락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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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 족속들은 우리의 주적"이라고 단정했다. 또 유사시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버릴 것"이라며 노골적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8, 9일 중요 군수공장 현지지도에 나서 "올해를 전쟁 준비 강화에서 대변혁이 일어나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1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남한이 "지난 80년간 악질적인 대결사만 추구해왔다"며 "이제는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 변화를 언급한 것으로, 김 위원장은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행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은 최근 한미일의 확장억제 전략을 '핵전쟁 흉계'로 해석하고 자위권 차원의 핵무력 고도화를 강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 족속"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한국=주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한국을 주적으로 여러 차례 지칭했다. 다만 정치적 상황과 쓸모에 따라 주적 개념을 활용하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2020년 6월 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대북전단살포를 문제 삼으며 "적은 역시 적이라는 투철한 주적관을 우리의 뇌리에 깊이 새겨주고 있다"고 했다. 며칠 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에는 "우리가 확고한 주적 관념을 가지고 북남 사이의 모든 접촉공간을 완전 차단해버리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었다"며 문재인 정부를 공격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2021년 10월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기념연설에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등 특정한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해가 바뀌면서 돌연 "남조선을 주적에서 배재했다"는 식으로 태도가 변한 것이다. 열흘 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은 우리의 주적 대상에서 배제되었다"고 주장했고, 이듬해 4월 5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우리는 이미 남조선이 우리의 주적이 아님을 명백히 밝혔다"는 담화를 내놨다.
북한 입장은 4개월이 지난 후 또 다시 180도 바뀌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22년 8월 11일, 김 부부장이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토론에서 "남조선괴뢰들이야말로 우리의 불변의 주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은 기본적으로 한국을 적대관계로 규정해왔다"고 했다. 남한을 주적으로 지칭하지 않았던 2021년 10월 이후 약 1년간을 예외적인 기간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북한은 2021년 1월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 남한이나 미국 등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주적 개념을 잠시 접어뒀다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재차 주적 개념을 꺼내든 것은 한미일 대북 공조 강화에 따라 자신들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난 연말 전원회의 이후 거친 반응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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