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삼성전자 영업이익 2008년 금융위기 후 가장 낮았다

입력
2024.01.09 18:08
수정
2024.01.09 18: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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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023년 잠정 실적 발표
4분기 매출 67조·영업이익 2.8조
반도체 불황에 2023년 대비 수익 85% 급감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2월 17일 충남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2월 17일 충남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3년 반도체 불황에 시달린 삼성전자가 글로벌 금융 위기 후 15년 만에 가장 적은 연간 영업이익을 냈다. 7월 이후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는 조짐이 보이며 실적이 좋아지고 있지만 4분기(10~12월) 성적표는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6조5,400억 원으로 2022년보다 84.92%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9일 공시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10조 원 아래로 떨어진 건 2008년(6조319억 원)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매출은 258조1,6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4.58% 줄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실적 부진이 큰 영향을 줬다. 이미 1분기(1~3월) 4조5,800억 원, 2분기(4~6월) 4조3,600억 원, 3분기(7~9월) 3조7,5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해 누적 적자만 12조6,900억 원이다. 4월 생산량을 줄이기로 결정한 뒤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이날 발표 후 증권사들은 4분기 DS부문 적자가 여전히 2조2,000억 원에 달한다고 봤다.

이런 영향으로 4분기 실적도 시장의 예상보다 낮았다. 매출은 67조 원, 영업이익 2조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91%, 영업이익은 35.03% 감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70조3,601억 원, 영업이익 3조7,441억 원이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 기대보다) 반도체 부문 적자가 줄어든 폭이 적은 것 같다"며 "메모리는 감산 이후 영업비용이 많이 발생했고 파운드리(위탁생산)와 반도체설계(LSI)는 여전히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SK증권은 DS부문별 4분기 영업이익을 △메모리 1조2,000억 원 적자 △D램 1조1,000억 원 흑자 △낸드 2조3,000억 원 적자 △파운드리와 LSI 1조원 적자로 추정했다.



"올해 수익은 30조 이상"...전망은 긍정적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업계 관계자도 "시스템반도체,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의 수요 회복이 더딘 가운데 파운드리의 가동률 개선 미흡 등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LG전자가 시장 전망의 절반에 그친 지난해 4분기 수익을 발표한 점을 미뤄볼 때 삼성전자의 가전‧TV부문 실적도 시장 기대를 채우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경험(MX) 사업부 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출하량이 당초 예상보다 줄며 영업이익 감소에 일조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4분기 부문별 영업이익을 모바일·네트워크(MX·NW) 2조3,000억~2조5,000억 원, 디스플레이(SDC) 1조9,000억~2조 원,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4,00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부문 적자 폭이 줄며 수익이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6,402억 원, 2분기 6,685억 원에 그쳤고, 3분기에는 2조4,335억 원으로 조 단위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 영업이익이 전기 대비 15.23% 늘었다"며 "완연한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시장 전망도 나쁘지 않다. 2024년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35조 원으로 반도체뿐만 아니라 모바일, 디스플레이, 가전 등 전 부문에 걸쳐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8일(한국시간) 첫선을 보이는 '인공지능(AI)폰' 갤럭시S24 시리즈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높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중 D램 가격 인상, 고대역폭메모리(HBM)3/3E 퀄(품질인증)에 따른 실적과 모멘텀 개선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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