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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지옥을 위한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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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가 가진 파급력은 어느 정도일까? 학부부터 대학원까지 미디어를 전공하고, 뉴스레터까지 운영하지만 여전히 말하기 어렵다. 강하다고 하기엔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어렵다. 그렇게 강하면 광고 하나만으로 모든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었을 테다. 약하다고 하기엔 분명히 영향력이 있다. 미디어를 보고 호기롭게 저지른 모방범죄는 동서를 막론하고 존재한다.
미디어 효과의 절대적 크기는 측정하기 어렵지만, 개인이 미디어의 효과를 어떻게 인지하는지 설명해주는 이론적 토대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 이름은 제3자 효과다. 직관적으로 설명하면 타인이 미디어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인식하고, 스스로는 미디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인지적 경향을 말한다. 내가 선호하지 않는 콘텐츠의 타인에 대한 효과를 과대평가해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의견도 그중 한 사례다.
제3자 효과가 뜨겁게 발휘되는 분야는 정치 뉴스다. 자신이 반대하는 정당의 주장을 담은 미디어로 인해 대중이 선동되고 있다는 댓글은 언론사를 막론하고 달린다. 요즘엔 예능 콘텐츠에도 달린다. 비판받는 최근의 주인공은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이다. 제목이 자극적인 것은 인정하지만, 이로 인해 혼인율이 추락하고 저출산이 심해진다는 주장엔 동의하지 않는다. 아주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교보재이기 때문이다. 결혼지옥을 전편 지켜본 미혼 시청자로서 교훈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원하는 바는 투명하게 이야기하자. 결혼지옥 사연자들은 원하는 것이 있지만 자존심 때문에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다. 자신의 욕망을 인지하고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원하는 바가 있으면 투명하게 이야기하자. 체면 때문에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면 갈등의 씨앗이 된다.
문제에 대해 논할 때는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말하자. 결혼이 지옥 같다고 말하는 출연자들은 대부분 경제적 문제에 놓여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계획에 대해 논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감정을 푸는 데에만 집중했다는 점이었다. 오은영 박사는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건설적으로 미래를 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과는 확실하게 해야 한다. 잘못한 사람들은 사과가 머쓱해서 대충 하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다 풀리지도 않았는데 본인들은 이미 끝났고 상대방이 왜 분노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사과문에는 분명한 주어와 서술어 그리고 목적어가 담겨야 하며 앞으로의 대책도 있어야 한다.
자극적인 튀김옷을 벗겨내 보면 살이 꽉 차 있는 커뮤니케이션 교보재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좋은 부부가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좋은 연인이 되어야 한다. 오 박사가 정리해 주는 오답노트는 부부뿐만 아니라 연인에게도 좋다.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 그리고 직장 동료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리더들도 보았으면 한다.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해서 본인의 뜻을 내리 짐작하게 하는 조직의 리더, 구체적인 계획 없이 자극적인 표현과 이해 불가능한 표어만 가득한 정치인들, 주어와 서술어 그리고 목적어와 미래 계획이 없는 사과문은 이 시대 위정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던가. 저출산 문제에 무고한 콘텐츠들을 때리기에 앞서 스스로 반성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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