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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서 또 의문사... CCTV 1000대 있지만 역부족

입력
2024.01.10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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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망 확충됐지만, 물가 쪽 전체 10%
단속범위 제한된 탓 미해결 사건 지속
"CCTV 맹신 금물, 예방활동 강화해야"

9일 오전 서울 올림픽대교 남단 한강 인근 산책로. 이 일대에는 산책로를 비추는 CCTV가 1대도 없다. 오세운 기자

9일 오전 서울 올림픽대교 남단 한강 인근 산책로. 이 일대에는 산책로를 비추는 CCTV가 1대도 없다. 오세운 기자

최근 한강 변에서 흉기에 훼손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신원은 확인됐지만 이 여성이 어쩌다 한강에서 참혹한 죽음을 맞았는지 과정은 여전히 미궁이다. 폐쇄회로(CC)TV를 늘리는 등 감시망이 촘촘해졌다고는 하나,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한강 의문사를 막으려면 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6일 30대 여성 A씨가 서울 광진구 올림픽대로 인근 한강에서 가슴이 흉기에 찔린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 A씨는 당일 오후 1시쯤 경기 이천시의 자택에서 나와 대중교통으로 이동한 뒤, 오후 7시 30분쯤 올림픽대교 인근 한강공원에 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강공원을 산책하던 시민이 A씨의 시신을 발견한 건 그로부터 37분 후였다.

이 37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깜깜이'다. 경찰은 일단 해당 시간 현장에 드나든 사람이 없는 점을 근거로 타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다만 A씨가 숨지기 전까지 구체적 행적은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9일 "A씨 사망 전 상황을 포착한 CCTV 영상은 없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전 사건 현장 일대를 둘러본 결과, 물가 쪽을 비추는 CCTV는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올림픽대교에서부터 천호대교 사이 약 1.5㎞ 한강공원 구간에서 산책로와 강가 등을 비추는 CCTV는 모두 12대였는데, 둔치 전체를 커버하지는 못했다. 특히 올림픽대교 남단에서 천호대교 방면 물가 쪽 산책길 약 700m 구간에는 CCTV가 한 개도 없었다.

한강 사건사고를 예방하거나 확인하기 위한 사각지대가 아직 많다는 뜻이다. 감시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서울시는 2021년 4월 한강공원 인근 강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손정민씨 사망 사건 후 한강사업본부가 관리하는 CCTV를 505대에서 지난해 말까지 1,045대로 두 배가량 확충했다. 손씨 사건 때도 사망 전후 모습을 비춘 CCTV가 없어 사망자의 정확한 행방 및 타살 유무를 판별하는 데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한강에서 흉기에 찔린 채 시신으로 발견된 30대 여성의 사망 장소로 추정되는 서울 광나루한강공원 일대 CCTV 현황. 현재 총 113대가 운영 중이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제공

한강에서 흉기에 찔린 채 시신으로 발견된 30대 여성의 사망 장소로 추정되는 서울 광나루한강공원 일대 CCTV 현황. 현재 총 113대가 운영 중이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제공

하지만 이후로도 사인이나 경위 확인이 까다로운 사건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성산대교 인근에서 80대 여성 시신이 떠올랐고, 2022년 3월에도 잠실대교 남단에서 5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그나마 A씨의 사망 장소로 추정되는 광나루한강공원은 서울 내 11개 한강공원 중 3번째로 많은 113개의 CCTV를 갖춘 곳인데도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은 경찰 조사내용을 믿지 못하며 CCTV를 더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영준(74)씨는 "여성이 한강공원까지 와서 흉기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의문점을 남기지 않으려면 CCTV를 보강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매일 공원을 찾는 최정환(67)씨도 "거리두기 해제 후 한강을 찾은 시민이 많아져 범죄 예방차원에서라도 CCTV를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CCTV 만능주의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사후 처리보다 예방활동에 보다 초점을 맞추는 감시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순찰인력 증대나 민간 경비용역 등 인적자원을 활용해 사건사고 예방에 나서야 한다"면서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도록 공간 설계를 바꾸는 등의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세운 기자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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