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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훈 정치가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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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유훈을 두고 때아닌 논란이 일었다. 지난 6일 DJ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김 전 대통령의 유언처럼 우리는 또다시 단합하고 통합해야 한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축사를 두고 계파 간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은 탓이다. 친명 지도부는 "야권 분열은 DJ 정신과 민주당 정신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신당 창당 의사를 밝힌 이낙연 전 대표를 비판했다. 이낙연 신당 참여를 선언한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은 "(DJ가 통합을 말한) 당시는 '사당화'가 없을 때"라며 친명이 장악한 민주당을 겨냥했다.
□ DJ 유훈을 둘러싼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서거 직후인 2009년 8월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야 4당과 단합하고 모든 민주 시민사회와 연합해 반드시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문제 위기를 위해 승리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2008년 총선에서 81석 야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이 야권을 통합해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라는 당부로 해석했다. 이에 동교동계는 유언 진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면서 박 의원에게 자기 정치를 한다며 비판했다.
□ 이번 '통합' 논란도 민주당의 적통이 어느 쪽에 있느냐는 갈등이다. 친명·비명 모두 자신들이 적통이라 주장하며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분열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DJ가 말한 통합을 선거 승리를 위한 진영 통합으로 이해하는 것은 지나치게 좁은 해석이다. 상대에 대한 적대심이 만연해진 정치권 전체에 '국민 통합'을 당부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적확하다.
□ 당이 배출한 훌륭한 정치인을 존경하고 그의 유훈을 따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민주당이 유훈을 실천하기보다는 당내 주도권 경쟁을 위한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총선 승리를 원한다면 DJ 향수에 의존할 게 아니라 스스로 복잡다단한 사회적 이해를 조정하고 국민의 변화 욕구에 부응하는 능력을 보이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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