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윤세영 태영 회장 만났다, 채권단 불신 푸는 데 최선"

TY홀딩스 보증채무 채권집행 유예하도록
산은 회장은 "SBS 포함 자구안 내놔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건설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을 개시하기 위해 태영뿐 아니라 채권단 측의 양보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7개 금융지주회장 및 산업·기업은행장과 만난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에서 "기본 전제는 태영 대주주가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제시함으로써 신뢰를 얻는 것"이라면서 "채권단도 채무자의 의지가 확인될 경우 직접 채무뿐 아니라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이 워크아웃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태영 측이 모기업을 포함한 그룹 전체 유동성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채권자들이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입장은 이 원장이 지난주 윤세영 태영 창업회장을 직접 만난 뒤 나왔다. 이 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주 채권단과 태영 사이 상당한 불신이 생겨 더 이상 논의가 어려운 상황에서 윤 회장을 만났다"며 "태영그룹 지주회사인 TY홀딩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빠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을 일부 유보했다는 입장을 전해 들었고, 어느 정도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워크아웃 때도 그룹 내 유동성을 함께 고려하며 조정했다는 걸 고려하면, 태영건설뿐 아니라 TY홀딩스에 대해서도 보증채무 채권 집행을 일정 기간 유예하는 것이 워크아웃 정신에 맞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이 원장은 "금융사 입장에선 채권 미청구 책임을 져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감독당국이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해 사후 책임을 묻지 않는 식으로 도와줄 것"이라며 "다만 기본적으로 오너 일가의 헌신과 의지가 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단과 TY홀딩스가 서로 한 발씩 양보하라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태영 측은 추가 자구안을 놓고 이날 오전까지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채권단은 여전히 불만이 큰 상태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태영 일가가) 보여준 모습은 국민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판단한다"며 "SBS 지분 담보를 포함한 진정성 있는 자구안이 포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