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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던지기로 나눠 가진 부부 침실...두 가족이 슬기롭게 공유하는 세컨드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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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사고파는 것’이기 전에 ‘삶을 사는 곳’입니다. 집에 맞춘 삶을 살고 있지는 않나요? 삶에, 또한 사람에 맞춰 지은 전국의 집을 찾아 소개하는 기획을 금요일 격주로 <한국일보>에 연재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는 동안 세상이 변했다. 변한 세상에서 가장 달리 보이는 것 중 하나는 '집'이었다. 집에 기약 없이 격리된 채로, 누구나 한 번쯤 집이란 어떤 공간이어야 하고 그 공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생각했다. 그럴듯한 답을 찾아 과감하게 '집 짓기'를 실행한 이들도 꽤 있었다. 팬데믹 도중 교외에 세컨드하우스를 지은 김민지(44)·박기준(43) 부부, 이자영(40)·이태훈(44) 부부처럼. 이들이 경기 양평에 함께 지은 전원주택은 두 가족이 주말마다 갈 곳 잃은 기러기처럼 방황한 끝에 찾은 '답'이다. "코로나가 지어 준 집이에요. 평일에 같이 일하고 주말에도 함께 여행을 다니는 사이였는데 코로나가 시작되고 마땅히 갈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지트 같은 집을 지어보자 했죠."
공동대표로 홍보회사를 이끄는 아내들이 제안하고 남편들이 화답하면서 주말 집 짓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이었다. 두 부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과 중에도 주말마다 짬을 내 집과 땅을 보러 다녔다. 그러다 마음에 꼭 드는 주택을 만났고, 설계자였던 김유홍(봄 건축연구소 소장) 건축가를 찾아가 작업을 의뢰했다. 그렇게 구상부터 공사까지 1년 2개월 만에 네 사람의 색(四色)을 담고, 사색(思索)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일명 '양평사색'(대지면적 524㎡, 연면적 209.47㎡)의 문이 열렸다.
두 가족이 사는 집이다 보니 집 구조가 독특하다. 두 면에 통창을 설치한 1층은 공공의 공간이다. 부엌과 거실이 하나로 연결되고 화장실 외에는 가로막힌 공간이 없다. 김 소장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집이 아니라 여가를 보내는 두 번째 집이기 때문에 두 가족과 방문객이 편안하게 복작거릴 수 있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했다"며 "1층을 벽과 문을 없애 라운지처럼 만들고 창문을 마당으로 연결시켜 열린 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하나로 트인 공간은 사람들이 한데 어울리기 좋지만 자칫 휑해 보일 우려가 있다. 아내들은 그 공간을 채우는 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주방과 거실 사이에 특별 제작한 검은색 8인용 식탁을 배치해 공간을 분리하면서 디자인이 전부 다른 의자를 놓아 리듬감을 더했다. 거실에도 검정 톤을 바탕으로 한 소파와 라운지체어를 넉넉하게 두어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내들이 가구 컬렉터처럼 오랜 시간 사 모은 디자인 살림은 집 안 곳곳에서 범상치 않은 포스를 발산하고 있었다. "집을 짓기 전에는 사람들이 왜 디자인 가구를 좋아하고 소장하는지 몰랐어요. 각 공간의 디자인 콘셉트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가구를 신중하게 고르면서 이 세계에 눈을 뜨게 됐어요. 다이닝 공간엔 고심 끝에 루이스폴센의 아티초크 펜던트를 설치했는데 그 과정에서 브랜드와 인연이 닿아 제품 홍보를 맡기도 했으니 인테리어 이상의 의미였죠.(웃음)"
마당은 1층 공간의 또 다른 매력이다. 단정한 콘크리트 담장으로 둘러싸인 마당에는 최소한의 조경을 하고 약 30톤의 모래를 깔아 현대적인 분위기를 낸다. 캔틸레버(한쪽 끝만 고정되고 다른 끝은 기둥이 없는 보) 공법으로 마당 한 면에 과감하게 처마를 낸 것은 건축적 묘수. "건물의 4.5m가 지지할 기둥 없이 서 있는 캔틸레버 구조예요. 덕분에 담장과 프레임을 이루며 밖의 경관을 안으로 끌어 들이고 날씨에 상관없이 쾌적하게 바깥생활을 즐길 수 있죠."
1층이 모두의 공간이라면 2층은 완벽히 독립된 개인 공간이다. 두 부부의 방을 남북으로 놓고 그 사이에 게스트룸을 배치했는데 사이즈나 가구가 데칼코마니처럼 동일하지만 방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남향 방은 사철 따뜻하고 전망이 트여있다는 장점이 있고, 북향 방은 숲을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어 고적한 분위기가 나요. 방마다 특색이 다르고 부부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해 선택이 쉽지 않았어요. 결국 동전 던지기를 해서 정했는데 지금은 아주 만족하며 지냅니다. 그 또한 재밌는 추억이 됐어요."
아내들의 취향에 맞춰 꾸민 욕실도 두 가족 각각의 개성을 드러낸다. 김 소장은 "한 부부는 아늑한 분위기의 건식 욕실을 선호해 베이지 톤 나무 마감재를 사용했고, 다른 부부는 아이가 들어가 놀 수 있는 조적식 욕조를 설치하되 무채색 타일로 마감했다"며 "각자 욕실에 큰 창을 내서 다른 분위기의 전망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방마다 개별 테라스가 있어 편안하게 내·외부를 오가며 개인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이 집만의 매력. 집 안에 두 가족을 위한 별채 하나씩을 만든 셈이다. 특히 게스트룸에 접한 작은 중정은 남녀노소 좋아하는 보물 같은 공간이다. 남편 박씨는 "손님들도 좋아하지만 보기만 해도 포근하고 평화로운 기분이 들어 저도 참 좋아하는 공간"이라며 "크고 개방감 있는 1층이 비해 2층은 차분하고 아늑해서 프라이빗 숙박시설에 머무르듯 조용하게 쉴 수 있다"고 했다.
평일 아파트와 주말 주택 사이를 숨바꼭질하듯 오가는 생활을 한 지 1년째. 부부는 주말집의 효용은 기대 이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중에 회사를 이끄느라, 일에 몰입하느라 치우칠 수밖에 없는 삶의 무게 추가 주말에 거짓말처럼 균형을 찾는다고. 아내 김씨는 "회사를 같이 운영하다 보니 주중 대화의 거의 전부가 일 이야기지만 이곳에선 약속이나 한 듯 일과 관련된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안 하게 되더라"며 "이 집에선 몸과 마음의 모드가 완전히 바뀌는 것 같다"고 했다. 두 부부가 매주 번갈아가면서 집을 찾아 이곳저곳을 매만지는 이유다.
다 같이 모이는 주말은 배로 즐겁다. 남편들은 전담 요리사로 변신해 먹고 마실 거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고, 아내들은 집을 정돈하고 단장하며 시간을 보낸다. 일곱 살 아이와 반려견들은 풀장에서, 마당에서 각자의 놀이에 몰입한다. "큰 그림은 남편들이, 세부 그림은 아내들이 맡고 있어요. 네 사람의 로망과 재주를 살려 하나의 집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어요. 요즘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사색집 시리즈를 곳곳에 만들어 보자는 얘기도 해요. '제주사색', '남해사색'이라니 상상만 해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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