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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색 복숭아 솜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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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 기업 팬톤컬러연구소가 선정한 ‘올해의 색’은 복숭아 솜털을 뜻하는 피치 퍼즈(Peach Fuzz)다. 팬톤은 1999년부터 섬유 미용 건축 광고 등 전 세계 각 분야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흐름도 분석해 패션인테리어 계열 2,625가지 색상 중 올해의 색을 발표하고 있다. 팬톤이 연한 분홍색에 오렌지 빛이 섞인 부드럽고 따뜻한 촉감의 복숭아 솜털색을 2024년의 컬러로 정한 건 현재 두 개의 전쟁(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이 진행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참혹한 고통을 잊을 수 있도록 아늑한 휴식과 평화, 치유의 바람을 담았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 전쟁 이외에도 우린 지금 혼란스러운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서 있다. 생산성과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만을 강조하는 세상에서 공감과 동정심, 내면의 자아에 대한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팬톤 측은 “공동체의 중요성, 다른 사람들과의 화합,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집중하며 조용한 명상을 즐길 때의 기쁨 등을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 색은 우리가 가장 먼저 인식하는 감각과 정보다. 그런 면에서 인간은 시각적 동물이다. 이런 색이 새에 대한 연구를 통해 풍부해졌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전 세계 야생조류는 10만 종 이상이다. 수많은 새를 가장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깃털 색이었고, 이 과정에서 조류학자들에 의해 색채 표본과 색채 명명법이 발전했다. 이런 조류도감의 색상표가 현재 산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1만 색도 넘는 표준색채매칭시스템의 기본이 됐다.
□ 올해의 색이라고 하지만 1년을 하나의 색으로 대변한다는 건 무리다. 끊임없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술도 엿보인다. 그러나 올해는 전쟁이 끝나길 바라는 염원엔 동의하게 된다. 한반도도 마찬가지다. 꼭 복숭아 솜털처럼 편안한 세상이 오길 바란다. 더 중요한 건 올해의 색보다 자신의 색을 아는 것이다. 새들처럼 우린 모두 다른 이와 구별되는 색을 갖고 있다. 관조와 관찰을 통해 자신만의 색을 찾고 이를 눈치 보지 않고 드러낼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소 나로 존재한다. 자신의 색을 찾는 2024년, 그런 다양한 색이 존중받는 사회로 가는 한 해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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